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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이글 두방’ 우즈, US오픈 단독 선두

등록 2008-06-15 15:07

두달 만에 필드에 복귀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생애 14번째 메이저대회 챔피언을 눈앞에 뒀다.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1.7천643야드)에서 열린 제108회 US오픈골프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2개를 앞세워 1타를 줄인 끝에 중간합계 3언더파 210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1언더파 70타를 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를 1타차로 따돌린 우즈는 2002년에 이어 두 번째 대회 우승컵을 바라보게 됐다.

지금까지 메이저대회에서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을 때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아 '메이저대회 역전불허'의 명성을 쌓아온 우즈에게 14번째 메이저 우승에 9부 능선을 넘은 셈.

5천명이 운집한 관중 앞에서 우즈가 왜 '골프황제'라는 찬사를 받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AP 통신은 우즈가 막판 6개홀에서 보인 플레이는 '드라마이면서 코미디였고 심지어는 공상과학소설(SF)처럼 보였다'고 표현했다.

지난 4월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우즈는 아직도 통증이 가시지 않은 듯 샷을 하면서 무릎을 부여잡고 얼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임팩트 때 왼쪽 다리가 받쳐 주지 못하면서 티샷은 페어웨이를 턱없이 벗어난 러프로 날아가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우즈에겐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승부사의 본능이 있었다.

1번홀(파4)을 더블보기로 홀아웃한 데 이어 4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순위가 크게 밀린 우즈는 7번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아냈지만 12번홀(파4)에서 또 보기를 적어내 선두 경쟁에 탈락하는 듯 했다.

최고령 우승에 도전하는 로코 메디에이트(미국)가 10번홀까지 2타를 줄여 5타 차로 앞서나갔고 웨스트우드도 4타차로 달아났다.

13번홀(파5)에서 드라이버로 때린 우즈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나 바짝 마른 풀이 듬성듬성 자란 공터로 날아갔다.

208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을 잡은 우즈는 핀을 넘겨 그린 뒤쪽 에지에 볼을 올렸고 20m 짜리 이글 퍼트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구르더니 거짓말처럼 컵 속으로 사라졌다.

갤러리의 함성 속에 우즈는 여러 차례 양손 어퍼컷을 허공에 날리면서 포효했다.

우즈는 이어진 14번홀(파4)에서 러프와 벙커를 거쳐 그린에 올라가 파를 지키지 못했지만 15번(파4), 16번홀(파3)에서 어려운 파세이브에 성공하며 꺼져가던 불씨를 확실히 살려냈다.

우즈의 진면목은 막판 2개홀에서 빛났다. 17번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로 보낸 우즈는 두번째샷이 그린에 못 미쳤으나 다소 강하게 친 듯 했던 칩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갔다.

또 한번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인 우즈는 18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린 뒤 9m 거리에서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그린을 둘러싸고 있던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우즈는 "내가 바라던 방식으로 3라운드를 마쳤다"면서 "우승 기회를 만들었으니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시지 않은 무릎 통증과 이에 따른 티샷 불안은 우즈에게 풀어야 할 숙제로 등장했다.

걸을 때 절뚝거리기도 한 우즈는 "통증이 더 심해진다"면서 "꼭 드라이버를 칠 때만 통증을 느끼는 건 아니다"고 걱정했다.

한때 우즈의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던 웨스트우드는 버디 2개와 보기 1개라는 단출한 스코어카드를 작성하며 1타차 2위에 올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2000년 유럽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우즈를 상대로 최종 라운드 역전승을 거둔 적이 있는 웨스트우드는 "그때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를 치르지는 않았다"면서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파트너가 우즈가 아니라면 말이 되느냐"고 결코 '붉은 셔츠의 공포'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페어웨이를 거의 놓치지 않는 정교한 샷을 앞세운 45세의 메디에이트는 우즈에 2타 뒤진 3위(1언더파 212타)에 올라 '노장 반란'을 예고했다.

45세6개월인 메디에이트가 우승하면 1990년 헤일 어윈(미국)이 세웠던 최고령 우승 기록(45세15일)을 경신한다.

제프 오길비(호주), DJ 트라한(미국)이 1오버파 214타로 공동4위에 포진한 가운데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 로버트 앨런비(호주),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헌터 메이헌(미국) 등이 공동6위(2오버파 215타)에 올랐다.

2년 전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필 미켈슨(미국)이 18번홀에서 2타를 까먹은 덕에 엉겹결에 우승컵을 차지했던 오길비가 "US오픈 최종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말했듯 이들 공동6위 그룹도 우승의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미켈슨은 13번홀(파5)에서 9타를 치는 망신을 당한 끝에 5타를 잃어 공동47위(9오버파 222타)로 밀려나 사실상 우승의 꿈을 접었다.

고향에서 US오픈을 제패하려던 미켈슨의 꿈을 산산조각 낸 것은 '당대최고'라는 찬사를 받던 웨지샷이었다.

1, 2라운드 때 집에 두고 왔던 드라이버를 다시 챙겨온 미켈슨은 12번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그럭저럭 버텼다.

우즈가 이글을 잡아낸 13번홀은 토리파인스 남코스 가운데 가장 쉬운 곳.

두번째샷을 그린 80야드 앞까지 보낸 미켈슨은 분신이나 다름없는 로브웨지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린 앞쪽에 꽂힌 핀을 노린 웨지샷은 조금 짧았고 둔덕을 타고 굴러내린 볼은 원래 장소로 되돌아왔다.

미켈슨은 다시 한번 같은 샷을 구사했지만 결과는 같았고 세번째 시도와 네번째 시도 역시 실패였다.

64도 웨지로 바꾼 미켈슨은 핀을 넘기는 넉넉한 거리를 내며 그린에 볼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3퍼트 실수가 이어졌다.

메이저대회에서 1천206홀을 치르는 동안 가장 나쁜 스코어를 낸 미켈슨은 "내가 여덟살 때 이곳에서 9타를 친 적이 있다"며 허탈한 표정이었다.

2라운드에서 선두에 올랐던 스튜어트 애플비(호주)는 믿겨지지 않는 퍼팅 난조로 무너졌다.

버디 1개와 보기 7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8오버파 79타를 쳐 공동19위(5오버파 218타)로 추락한 애플비는 1m 안팎의 짧은 퍼트를 번번이 놓쳤다.

5m 버디 찬스를 맞은 5번홀(파4)에서는 1m 거리의 파퍼트를 1m 가량 지나치게 치더니 보기 퍼트마저 실수하고 말았다. 9번홀(파5)에서는 90㎝ 버디 기회에서 3퍼트로 오히려 1타를 잃었다.

34차례 퍼팅을 한 애플비는 "귀신이 홀린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1타를 줄인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은 공동24위(6오버파 219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혹독한 코스 세팅은 우즈, 웨스트우드, 메디에이트 등 단 세명에게만 언더파 스코어를 허용했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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