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사흘 연속 18번홀 마법을 연출하며 열네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수확했다.
우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7천643야드)에서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 치른 제108회 US오픈골프대회 18홀 연장전에서 이븐파 72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7번홀(파4)에서 열린 서든데스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내 보기에 그친 미디에이트를 따돌렸다.
무릎 수술을 받은 뒤 두달 만에 필드에 돌아오자 마자 건재를 과시한 우즈는 올해 6개 대회만 출전하고도 4승째를 올리며 상금랭킹 선두를 굳게 지켰다.
이번 우승으로 우즈는 12차례 연장전에서 11승을 따내 '연장 불패'의 명성을 다졌고 메이저대회에서 최종일 선두였을 때 모두 우승으로 마무리지어 '역전불허'의 뒷심도 확인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5승째를 거둬들인 우즈는 벤 호건(64승)을 제치고 통산 다승 부문에서 단독 3위로 올라섰다.
PGA 투어에서 우즈보다 우승이 많은 선수는 샘 스니드(82승), 잭 니클러스(73승) 등 두 명이다.
니클러스의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18승)에도 4승만 남긴 우즈는 메이저대회 가운데 마스터스 4승, PGA챔피언십 4승, 브리티시오픈 3승에 비해 다소 빈약했던 US오픈 성적도 3승으로 늘려 전천후 메이저 챔피언임을 입증했다.
지난 2000년 봄 페블비치링크스에서 열린 AT&T페블비치프로암 우승에 이어 같은 코스에서 치러진 US오픈을 제패했던 우즈는 올해는 지난 1월 토리파인스골프장에서 개최된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같은 경기장에서 US오픈 우승컵을 품에 안는 진기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지금까지 호건(리비에라골프장), 니클러스(페블비치링크스)가 각각 한번 겪어봤을 뿐이다.
또 우즈는 프로 데뷔 이래 토리파인스골프장에서만 무려 7승을 거둬 각별한 인연을 뽐냈다.
우즈는 이와 함께 미국에서 '구성(球聖)'으로 추앙받는 보비 존스가 갖고 있던 미국골프협회(USGA) 선수권대회 최다 우승 기록(9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값진 위업을 이뤘다. 우즈는 아마추어 시절 6차례 USGA가 주최하는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즈는 예상과 달리 세계랭킹 157위의 노장 미디에이트에 고전했다. 18홀 연장전도 모자라 추가로 서든데스 연장전까지 벌여야 했다.
예선을 거쳐 US오픈에 출전해 연장전까지 진출한 것이 "일생의 영광이라 져도 본전"이라던 미디에이트는 마음을 비운 반면 우즈는 우승 욕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미디에이트에게 버디를 얻어맞은 3번홀(파3)에서 보기를 적어내 잠시 수세에 몰렸던 우즈는 10번홀까지 3타 차로 달아나 손쉽게 우승하는 듯 했다.
드라이브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6번(파4), 7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고 9번홀(파5)에서는 벙커샷 실수로 네번만에 그린에 올라와 겨우 파를 지켰지만 미디에이트가 맥없는 3퍼트로 주저 앉는 행운까지 따랐다.
10번홀(파4)에서도 미디에이트는 페어웨이에서 그린 공략을 제대로 못해 자멸의 조짐마저 보였다.
그러나 우즈는 앞서 두차례나 보기를 기록한 파3홀에 발목이 잡혔다. 11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우즈는 6m 짜리 파퍼트를 놓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우즈는 파3홀 네곳 가운데 세곳에서 파를 지키지 못했다.
이어진 12번홀(파4)에서 드라이브샷을 벙커에 빠트리며 세번만에 그린에 올라와 파퍼트를 실패한 우즈는 13번홀부터 15번홀까지 3개홀 연속 버디를 때린 미디에이트의 '무심타(無心打)'에 말려 패전의 위기에 몰렸다.
16번홀(파3)과 17번홀(파4)에서 잇따라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우즈는 1타 뒤진 채 18번홀(파5) 티박스에 올라섰다.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끌어올렸던 이글, 그리고 4라운드에서 극적인 연장 승부를 만든 버디가 터져나왔던 18번홀에서 우즈는 다시 한번 마법을 부렸다.
번번이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나던 드라이버 티샷은 326야드를 날아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217야드를 남기고 아이언으로 친 볼은 가볍게 그린에 내려 앉았다.
12m 거리에서 친 이글 퍼트는 홀을 지나쳤지만 수월하게 버디를 잡아낼 수 있었다. 5m 버디 퍼트를 놓쳐 추가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게 된 미디에이트의 얼굴엔 이제 미소가 사라졌다.
90홀에 걸친 열전에 비해 7번홀(파4)에서 치러진 추가 연장전은 싱겁게 결말이 나고 말았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뒤 간단하게 그린에 볼을 올려놓은 우즈와 달리 미디에이트는 벙커와 러프를 전전한 끝에 세번만에 그린에 도착했고 6m 거리의 파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버디 퍼트에 이어 툭 쳐서 파를 지킨 우즈는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를 껴안고 우승의 감격을 나눴고 아내와 딸의 축하를 받았다.
우즈는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끝내 해냈고 기쁘다"고 말했다.
'황제'를 상대로 당당히 겨뤘지만 아쉽게 분루를 삼킨 미디에이트는 "3타차로 뒤졌을 때 경기는 끝났다고 여겼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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