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라는 이선화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우승 트로피를 받은 이선화가 동료들이 뿌린 샴페인에 함박웃음 짓고 있다. 로저스/AP 연합
아칸소챔피언십 우승…어느새 시즌2승
3주 연속 LPGA 무대에 ‘태극기’ 휘날려
3주 연속 LPGA 무대에 ‘태극기’ 휘날려
2000년 3월. 만 14살의 중2년생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식멤버가 돼 역대 최연소 프로데뷔 기록을 세우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쇼트게임에 가장 자신 있으며, 하루 6시간씩 퍼팅에 중점을 두고 연습한다. 파워풀한 스윙을 하는 카리 웹을 가장 존경한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이런 글도 남겼다. 그리고 기대주답게 이듬해 엠씨스퀘어 레이디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고, 2003년엔 하이마트 인비테이셔널 정상에 올랐다.
그렇다고 국내에서만 안주할 수만은 없었다.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2005년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 2부 투어인 퓨처스 투어에서 뛰면서 시즌 상금왕을 차지한다. 그리고 3년. 어느새 투어 통산 4승 고지에 오르며 총상금 300만달러(30억여원)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간판스타로 우뚝 섰다. 이선화(22·CJ). 사람들은 그가 말이 없고 표정이 무뚝뚝하다고 해 ‘돌부처’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7일(한국시각)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 피너클컨트리클럽(파72·623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피앤지(P&G) 뷰티 엔더블유(NW) 아칸소 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 마지막날 3라운드. 이선화가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로 한국선수로는 가
장 먼저 시즌 2승 고지에 올랐다. 이선화는 이날 4언더파 68타를 쳐, 전날 선두이던 이미나(27·KTF)와 재미동포 제인 박(21)을 1타차 공동 2위로 밀어내며 우승상금 25만5천달러를 거머쥐었다. 시즌 상금 99만3823달러(5위)로 100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고, 통산상금도 300만9611달러(54위)를 기록했다.
이선화는 이날 전반 버디 1개와 이글 1개로 3타를 줄였지만 계속해서 버디퍼팅을 놓치며 17번홀까지 선두 이미나에게 뒤졌다. 하지만, 18번홀에서 세번째샷을 홀컵 근처에 붙인 뒤 버디를 성공시켜 우승기회를 잡았다. 뒷조의 이미나는 17번홀 보기로 공동 2위로 내려앉았고, 마지막홀에서 파에 그쳐 이선화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이선화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3주 연속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또 6월초 이선화의 긴 트리뷰트 우승을 시작으로 불과 40일도 안 돼 5개 투어에서 시즌 4승을 합작해내는 성과를 올렸다. 시즌 개막 이후 13개 투어 대회가 열릴 때까지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선수들이 더이상 아니었다. 제인 박은 이날 10언더파 62타의 신들린 샷을 선보였으나 이선화의 선전에 우승 꿈을 접어야 했다. 한국 출신 선수들은 이날 무려 7명이 톱10에 진입해 ‘코리아 낭자군’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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