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브리티시오픈 우승’ 힘은
1m60이 안되는 체구. 그러나 ‘속이 꽉 찼다’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함께 플레이를 해본 박세리조차 “주눅들지 않네!”라며 놀랐다고 한다. 지난 5월 태영배한국여자오픈 때 알게 된 미국의 노장 줄리 잉스터는 그의 연장 우승을 축하해주기 위해 일부러 장대비 속에서 기다렸을 정도다. 곁에 있으면 놀라거나 감동받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신지애 카리스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연상케한다.
4일(한국시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18언더파)한 신지애가 수수께끼다. 도무지 20살 나이같지가 않다. 통역없이 영어 인터뷰를 하고, 실수를 해도 웃으면서 눙친다. 엘피지에이 투어 비회원으로 나가서 덥석 메이저대회 우승을 했다. 1987년 로라 데이비스(미국) 이후 21여년 만에 처음이다. 늘 뒤지다가 앞서는 것은 또 얼마나 짜릿한가.
■ 환경이 만든 강심장 여자골프 선수라면 보통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신지애는 다르다.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와 두 동생 등 가족의 생계를 도우려고 애썼다. 18살 때 프로에 진출한 것도 돈과 무관하지 않다. 일찍 철이 든 탓일까? 필드에 들어서면 어리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냉철하다. 날이 궂으나 바람이 불거나 플레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프로 3년 동안 거둔 19승 가운데 역전우승이 11번이나 될 정도로 한번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 성격이 트여있다 신지애는 브리티시여자오픈 18번홀 마지막 우승 퍼트가 홀에 들어가자 고개를 젖히며 눈을 감았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지만 누구보다 “해냈다”며 어머니한테 감사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밝게 웃었다. 차분하지만 담대하다.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는 시청자와 달리, 그의 퍼팅은 되튕겨 나올 정도로 힘차다. 올해 본격적인 영어 공부를 했는데 발음과 문법은 많이 틀린다. 그러나 통역을 쓰지 않겠다고 고집한다. 의사소통도 무난하게 한다. 시상식 때는 자원봉사자까지 챙기며 수고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 당돌함과 자신감이 놀랍다.
■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최종 목표인 미국무대 진출을 위한 신지애의 선택이 영리하다. 출전권을 따기 위해 선수를 지치게 만드는 퀄리파잉스쿨을 포기했다. 대신 국내 1위라는 자격으로 출전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결국 브리티시여자오픈 10년 출전권, 내년 LPGA 투어 카드, 그리고 연말에 32명이 우승 상금 100만달러를 걸고 치르는 ADT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얻었다. 지난 3월 1억원 이상의 고액으로 외국인 허든과 캐디 계약을 한 것도 일본과 미국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꿈꿔왔는데 마침내 이뤄냈다”며 멋진 영어 우승소감을 밝힌 것은 신지애의 세계화 전략이 거둔 작은 성과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이대통령 신지애에 축전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영국 버크셔 서닝데일 골프장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20)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대회 최연소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은 신지애 선수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보배”라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대통령 신지애에 축전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영국 버크셔 서닝데일 골프장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20)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대회 최연소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은 신지애 선수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보배”라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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