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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선수들 “말도 안돼!”

등록 2008-08-29 19:37수정 2008-08-29 19:42

왼쪽부터 최경주(38·나이키골프), 앙헬 카브레라(39), 파드리그 해링턴(37). 사진 AP 연합
왼쪽부터 최경주(38·나이키골프), 앙헬 카브레라(39), 파드리그 해링턴(37). 사진 AP 연합
LPGA 영어 의무화
최경주 “나도 신인땐 영어 못했다”
카브레라 “중요한 건 골프 실력뿐”
해링턴 “새 언어 배우기 쉽지않아”

말도 안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의 영어사용 의무화 방침에 ‘남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정작 여자선수들은 가급적 말을 삼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강한 어조의 비판이 주류를 이뤘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의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29일(한국시각) <에이피>(AP)와 영어 인터뷰에서 “영어를 못하면 출전금지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경주는 2000년 피지에이 투어에 왔을 때 영어를 하지 못해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대회 골프장에 가다가 표지판을 제대로 읽지 못해 종종 길을 잃은 적이 있었고, 처음 5년 동안은 아무리 공부해도 영어로 말하기에 불편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출전정지를 시킨다면, “나는 집에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앙헬 카브레라(39)도 반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유에스오픈 우승자인 앙헬은 당시 인터뷰에서 스페인어 통역을 옆에 끼고 얘기했다. 카브레라도 영어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절친한 관계인 타이거 우즈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없을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그러나 “골프를 하는데 영어를 잘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는 것이다. 카브레라는 아르헨티나의 전설 로베르토 데 빈센소가 해준 말을 예로 들었다. “70타 이하를 친다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야기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일랜드 출신인 파드리그 해링턴(37)은 엘피지에이가 요구하는 영어 수준에 대해 의아해 했다. 해링턴은 “헬로(hello)도 영어다. 그거면 충분한가?”라고 반문하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그들에게 영어사용을 요구하고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출전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엘피지에이가 영어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문화적 횡포라는 시각도 감지된다. 최경주는 7년전 미국 기자와 인터뷰했을 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몇달전 만난 그 기자는 아직도 ‘감사합니다’를 구사하지 못했다. 최경주는 “한마디 외국어(한국어)를 아직도 기억 못하면서, 자기네 언어 전체를 배우기를 바라는 것인가?”라고 답답해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의 한국계 메리 정 하야시(한국명 정미경·민주) 의원은 엘피지에이의 영어사용 의무화 방안은 헌법과 법률상 차별금지에 위배된다며 주의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LPGA 부총재 “영어로 인터뷰 할 수 있어야”

부정적 여론에도 의무화 강행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여론의 부정적 시선에도 ‘영어사용 의무화’ 계획 강행 뜻을 비쳤다.

리바 갤로웨이 엘피지에이 부총재는 29일(한국시각) <에이피>(AP)와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유창하게 영어를 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프로암 파트너와 동행할 때, 미디어와 인터뷰를 할 때, 우승 소감을 밝힐 때는 효과적인 소통이 이뤄질 정도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스캔런 엘피지에이 대변인도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협회가 소속 선수들의 자질개발과 언어훈련을 위해 수년 전부터 해온 일을 단순히 확대한 것”이라며 “효과적인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엘피지에이 사업과 선수들의 성공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캔런 대변인은 이번 영어시험 의무화 조치가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협회 소속 모든 선수들에게 이번 조치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스캔런 대변인은 또 “투어에 참가한 이듬해 말까지 협회가 요구하는 영어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선수들은 요구수준을 달성할 때까지 투어 참가자격이 정지된다“고 밝히고, 시즌 중에 ‘모의’ 영어 인터뷰를 실시하는 등 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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