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욱순(42·삼성전자)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
“그때 30㎝ 퍼팅만 놓치지 않았어도….” 2003년까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간판스타로 이름을 떨치던 강욱순(42·삼성전자). 그의 골프인생은 그해 12월초 갈렸다. ‘새로운 결단’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했지만, 불과 30㎝짜리 짧은 퍼팅을 어이없게 놓치는 바람에 세계 최고무대에 설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듬해 그는 미국무대 2부 투어를 전전해야 했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결국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1995년 일간스포츠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2003년 8월 부경오픈까지 국내대회 통산 10승, 아시안 투어 6승을 올리며 한국과 아시아 프로골프를 주름잡던 그의 명성도 퇴색하는 듯 했다. 실제 그는 이후 5년간 꾸준히 국내무대에 출전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9월초 레이크힐스오픈에서는 거의 다잡았던 우승을, 마지막 18번홀 뼈아픈 보기로 새까만 후배 강경남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정신적으로는 괜찮았는데, 몸이 뜻대로 말을 안들었다. 앞으론 이런 실수없이 잘하겠다.” 그는 이렇게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올해 김형성 황인춘 등 20~30대들의 거센 돌풍 속에서 이제 40살을 넘긴 노장이 된 강욱순. 그가 마침내 일을 냈다. 31일 제주 라온골프클럽(파72·7186야드)에서 열린 에스비에스(SBS) 코리안 투어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총상금 3억원) 마지막날 4라운드. 전날까지 선두에 1타차 2위였던 강욱순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6천만원. 올 6월 필로스오픈 2위가 최고성적이었던 강욱순은 5년 만에 11승 고지에 올랐다. 강욱순은 경기 뒤 “그동안 선수생활을 그만두려 했으나, 삼성이 계속 뒷받침해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이라며 “5년 동안 마음을 비우고 명상과 중국차 등으로 나 자신을 관리해왔다”고 했다.
전날까지 선두를 달리던 무명 주흥철(27·동아회원권)은 이날 1오버파로 부진해 이태희(24·우리골프) 김형성(28·삼화저축은행) 박도규(38·투어스테이지)와 함께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마쳤다.
제주/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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