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김이 18번홀을 마친 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1번홀부터 오비(OB)를 냈다. 7번홀에서는 티샷이 짧아 공이 해저드에 빠졌다. 이렇게 쳐서 과연 우승할까 싶었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강자 앤서니 김(23·나이키 골프·세계 6위)과 이언 폴터(32·잉글랜드·세계 28위)를 따돌리고 ‘내셔널 타이틀’을 지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타자’ 배상문(22·캘러웨이골프)이 한편의 드라마 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시즌 2승을 올리며 시즌 상금 1위로 뛰어올랐다.
5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7185야드)에서 열린 코오롱-하나은행 제51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마지막 4라운드. 배상문은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로 샷이 들쭉날쭉했지만, 버디 6개를 잡아내는 뚝심으로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로 한국 최고 전통과 권위 대회에서 3억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지난 3월 한국프로골프 시즌 개막전인 케이이비(KEB) 인비테이셔널 1차대회에 이어 시즌 두번째 우승이자 통산 4승. 시즌상금이 4억4915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라 상금왕을 예약했다.
■ OB내고 해저드 빠지고 우승한 배상문 배상문은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10언더파 203타)인 김위중(27·삼화저축은행)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그런데 1번홀(파4·427야드) 두번째샷이 그린 왼쪽 갤러리 쪽으로 날아가 오비처리 됐고, 간신히 보기로 막았다. 그러나 전반홀에서 5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이를 만회했고, 후반홀에는 보기없이 버디 1개를 잡아내며 우승했다. 경기 뒤 배상문은 “첫홀 오비로 불안했지만 2번째홀 버디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뒤 캘러웨이의 후원을 받아 미국프로골프 투어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언 폴터가 1번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 이언 폴터 황당한 18번홀 이날 챔피언조가 전반 9홀을 마칠 때까지 우승향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배상문, 이언 폴터, 앤서니 김, 김위중 등이 1~2타차로 선두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12~13번홀에서 배상문과 이언 폴터가 11언더파 공동선두로 나서며 치고 나왔다.
승부처는 18번홀(파5·561야드)였다. 챔피언조인 배상문 바로 앞조에서 경기를 펼친 폴터의 드라이버샷이 어이없이 왼쪽 17번홀로 날아갔다. 4번째샷으로 간신히 공을 그린 위에 올렸으나 두번의 퍼팅으로 보기를 범했고, 배상문에 1타 뒤진 10언더파 274타로 마쳤다. 폴터의 실수를 알아차린 배상문은 18번홀에서 무리하지 않고 3온2퍼팅 작전으로 나섰고, 폴터에 1타 앞선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 퍼팅에 운 앤서니 김 첫날 단독선두로 나섰으나 2라운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앤서니 김은 이날 1.5~2m 거리의 짧은 버디퍼팅을 수차례 놓치며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마쳐 아쉬움을 더했다. 버디와 보기 2개씩을 기록했다. 앤서니 김은 “오늘 내가 치고 싶은대로 퍼팅을 했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들어갔다”며 “그게 패인인 것 같다”고 했다.
천안/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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