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신한동해오픈 우승 대회 2연패
마지막날 6언더파 몰아쳐 역전 드라마
마지막날 6언더파 몰아쳐 역전 드라마
붉은 줄이 간 검은색 웃옷과 검은색 모자, 구릿빛 피부까지. 페어웨이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위압적이다. 갤러리는 “해군장교 같다” “당당해 보인다”며 웅성거린다. 바로 그 위풍당당함이 후배 선수들뿐 아니라 주변까지 장악하는 카리스마일 것이다. 고국무대에 서면 ‘한 수 위’의 풍모가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이는 선수. 17번홀까지 선두인지를 모르고 플레이한 집중력의 사나이. 그가 다시 한번 골프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12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남코스(파72·7544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24회 신한동해오픈 4라운드에서 역전우승을 거머쥐었다.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대회 2연패를 이뤘다. 상금 1억5천만원을 추가해 4월 에스케이텔레콤 우승까지 합치면 국내 상금랭킹 3위(2억7천만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7승과 한국프로골프 13승 동안 이루지 못했던 한 대회 2연패의 기쁨도 곁들였다.
화창한 가을날. 1만여명의 갤러리가 들어찬 골프장은 ‘최경주 효과’로 인산인해였다. 챔피언조에 바로 앞서 출발했지만 시선은 최경주에 쏠렸다. “시차나 잔디 적응이 쉽지 않았다”는 고백처럼, 최경주는 3라운드 때까지 7언더파(공동 4위)로 힘겹게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폭발력은 마지막날 터졌다. 전반 9홀까지 2타를 줄이며 뜸을 들이던 최경주는 11번홀(파5·531야드)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왼쪽 연못과 오른쪽 아웃 오브 바운스(OB) 구역 때문에 대부분 티샷을 우드로 치는 홀이었다. 최경주는 드라이버를 빼들었고, 이어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려 회심의 이글을 잡아내 처음으로 공동선두에 진입했다. 최경주는 “8번홀을 돌 때부터 11번홀을 어떻게 칠까 고민했다”며 “물에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챔피언조의 허석호(35·크리스탈밸리)와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은 12번홀(파3)에서 나란히 1타씩 잃었고 최경주는 단독선두로 내달렸다. 최경주는 “갤러리의 시선을 보면서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6언더는 상상도 못했지만 유난히 집중이 잘 됐다”고 했다.
2002년 우승자 허석호는 최경주에 3타 뒤진 준우승(10언더파 278타)을 차지했고, 김형성(28·삼화저축은행)과 강경남, 김대섭(27.삼화저축은행)이 공동 3위(9언더파 279타)에 올랐다.
용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신한동해오픈 최종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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