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이 13일(한국시각) 18번홀 그린에서 우승트로피를 들고 왼주먹을 치켜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댄빌(캘리포니아)/AP 연합
김인경, LPGA 롱스 드럭스 챌린지 우승
지난해 6월 웨그먼스 엘피지에이(LPGA) 마지막날. 당시 19살이던 김인경은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18번홀 1m 거리의 파 퍼팅만 성공시키면 됐다. 하지만 어이없게 짧은 퍼팅을 놓쳤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공동선두로 마쳐 연장전에 들어가야 했다. 결국 ‘골프여제’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김인경은 당돌하게 말했다. “우승트로피는 오초아가 가져갑니다. 그러나 잊지않겠습니다. 저는 이제 19살입니다. 이번에 배운 것을 명심하고 더 열심히 연습해서 더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겠습니다.“
당찬 소녀의 꿈이 마침내 실현됐다. 1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댄빌의 블랙호크컨트리클럽(파72·615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롱스 드럭스 챌린지(총상금 12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 데뷔 2년차로 ‘박세리 키즈’인 김인경(20·하나금융)은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부진했지만,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우승상금 18만달러. 통산 2승의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를 3타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올해 한국선수의 우승은 7승으로 늘어났고, 모두 박세리 키즈에 의해 작성됐다.
김인경은 우승 뒤 “너무 흥분돼 전날 1~2시간밖에 잘 수 없었다. 내일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며 “코스를 최소한 10번 이상 (생각으로) 경험해봤다”고 털어놨다.
만 9살 때 아버지 김철진(56)씨를 졸라 골프에 입문한 김인경은 2005년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을 일군 ‘똑순이’다. 2003년과 2004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힐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2006년 12월 엘피지에이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혜정과 함께 공동 1위로 통과하며 프로무대로 뛰어들었다. 1m63으로 크지 않지만 260~270야드 장타를 뽐낸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노트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빅이지’ 어니 엘스의 스윙방법 등을 적어두는 등 노력파로도 알려져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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