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폭설로 프로암대회에 이어 1라운드가 취소되자, 대회 주최(핀크스골프클럽) 쪽은 마지막날 2라운드 개최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수차례 대책회가 열렸고, 전날 오전부터 골프장 캐디 60명과 관계사 직원 등 100여명이 총동원돼 ‘눈 치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해발 340m에 위치한 코스와 그 주변에 20㎝ 이상 수북히 쌓인 눈을 없애기는 역부족이었다. 밤새 골프장에서 나는 온천물을 벙커 등에 뿌렸다. 트랙터까지 이웃골프장에서 빌려 티박스와 드라이버샷 낙하예상 페어웨이 지점, 그린 등의 눈을 없앴지만 페어웨이 바깥에 있는 눈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핀크스클럽 쪽은 대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대신 우여곡절 끝에, 10번홀부터 18번홀까지 9홀만 도는 이벤트성 대회가 열렸다.
6~7일 제주 핀크스골프클럽(파72·6374야드)에서 예정됐던 제9회 핀크스컵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은 많은 아쉬움 속에 그렇게 막을 내렸다. 7일 두팀 모두 12명씩 출전해 싱글스트로크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 이벤트성 대회에서는 한국이 7승1무4패(15:9)으로 이겼다. 그러나 한-일 여자프로골프협회는 이번 대회를 무승부 처리하기로 해, 한국이 4승2무3패로 박빙의 우위를 지켰다.
단체전 상금 5850만엔은 두팀 선수 26명에게 균등하게 배분돼 1인당 225만엔(약 3600만원)이 돌아갔다. 한국 선수들은 1300만원을 거둬 10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성금, 300만원은 제설작업에 애를 쓴 핀크스 쪽에 전달했다. 일본 쪽도 26만엔을 핀크스에 내놨다.
대회가 파행적으로 치러졌지만, 선수들은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첫번째 주자로 나서 미츠카 유코를 물리친 유소연(하이마트)은 “(주변 눈 때문에) 처음엔 페어웨이가 좁아보여 부담스러웠으나, 편하고 재미있게 쳤다”며 “어릴 적 우상으로 생각하는 언니들과 함께 해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했다. 이벤트성 대회는 로컬 룰이 적용돼, 눈에 공이 빠져 찾지 못하더라도 낙하지점을 확인할 수 있으면 무벌타로 페어웨이 쪽으로 공을 옮겨 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팀 주장 한희원은 “9홀이라도 돌게 애써 주신 핀크스클럽 쪽에 감사드리고, 이벤트성이지만 이겨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주장 후쿠시마 아키코는 “눈 속에서의 경기는 정말 너무 멋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제주/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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