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떠나는 소렌스탐
어릴적 우승인터뷰 싫어 일부러 2등 하기도
메이저 등 통산 90회 우승…상금 역대 1위 소녀는 우승이 싫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승 뒤 인터뷰가 싫었다. 그래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경기 마지막홀에서 일부러 3퍼트를 기록하곤 했다. 어느날, 준우승자·우승자가 동시에 인터뷰를 하게 됐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들켰다. 그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꺼려하던 수줍음 많던 그 소녀는, 어느새 훌쩍 자라 38살의 나이로 15일(한국시각) 마이크 앞에 섰다. 현역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라운딩 직후였다.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을 열 수 있어요. 그런 기회를 얻게 돼 기쁠 뿐이예요.” 원조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좋아서 스키를 탔고 테니스를 쳤다.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제안받을 정도로 스키실력이 출중했고, 테니스에선 국내 주니어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동네클럽에서 축구도 했다. 소렌스탐이 골프를 시작한 것은 12살 때부터였다. 동생인 샬로타와 함께 골프클럽을 홀짝수로 나눠 쓰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갔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진학 후에는 외국인으로서는, 그리고 1학년 신분으로는 최초로 전미대학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94년부터 미국여자골프투어(LPGA)에 뛰어들어 은퇴를 선언한 올해(3승)까지 거머쥔 우승트로피는 모두 72개. 유럽여자투어 등을 합하면 90차례나 우승했다. 맥도널드 엘피지에이 챔피언십 3년 연속 우승(2003년~2005년) 등 4대 메이저대회에서도 10차례나 우승샴페인을 터뜨렸다. 소렌스탐이 엘피지에이에서 벌어들인 총상금은 2257만3192달러(310억원). 여자선수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유럽여자투어 상금(298만3047유로)까지 합하면 2600만달러가 훌쩍 넘는다.
마지막 출전이던 유럽여자투어 두바이 마스터스 마지막 홀에서 6피트짜리 버디를 성공시키며 갤러리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은 그는, “멀리 18번홀 뒷쪽에 서있는 선수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 부모님과 가족 얼굴을 쳐다보는 데도 그랬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소렌스탐의 현역 마지막 성적은 6언더 282타 공동 7위였다.
그는 “15년 동안 내가 이룬 것을 생각하면 정말 행복하다”면서 “절대 (현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소렌스탐은 은퇴 뒤 주니어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며, 골프장 설계나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의류 출시 등의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메이저 등 통산 90회 우승…상금 역대 1위 소녀는 우승이 싫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승 뒤 인터뷰가 싫었다. 그래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경기 마지막홀에서 일부러 3퍼트를 기록하곤 했다. 어느날, 준우승자·우승자가 동시에 인터뷰를 하게 됐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들켰다. 그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꺼려하던 수줍음 많던 그 소녀는, 어느새 훌쩍 자라 38살의 나이로 15일(한국시각) 마이크 앞에 섰다. 현역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라운딩 직후였다.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을 열 수 있어요. 그런 기회를 얻게 돼 기쁠 뿐이예요.” 원조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좋아서 스키를 탔고 테니스를 쳤다.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제안받을 정도로 스키실력이 출중했고, 테니스에선 국내 주니어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동네클럽에서 축구도 했다. 소렌스탐이 골프를 시작한 것은 12살 때부터였다. 동생인 샬로타와 함께 골프클럽을 홀짝수로 나눠 쓰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갔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진학 후에는 외국인으로서는, 그리고 1학년 신분으로는 최초로 전미대학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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