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가 5일 한-중 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제공
‘5년 공백’ 깨고 짜릿한 역전승
투어 7년차 36살 무명 이태규(슈페리어)가 ‘인생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대구 덕원중 1학년 때 필드하키를 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골프연습장을 가진 친구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그러나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 무려 12차례나 프로테스트에 도전해야 했다. 장장 6년의 세월이었다. 그는 “우승하기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마침내 29살이 된 2002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소속 프로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 1년차 무대에서 퍼팅 난조 등 심각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8개 투어 출전에 호남오픈 공동 38위가 최고 성적. 그래서 이후 5년 동안 2부 투어 등을 전전해야 했고, 레슨프로를 하면서 나름대로 샷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난해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해 당당히 2위로 합격했고, 새로운 각오로 이번 시즌 투어에 복귀했다.
그런데 2009 한국프로골프 투어 시즌 개막전 우승이라니! 챔피언 재킷을 입은 그는 “우승하리라 생각지 못했는데, 뜻밖에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답이 온 것 같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5일 중국 광저우 둥관힐뷰골프클럽(파72·7019야드)에서 열린 2009 한-중 투어 케이이비(KEB·한국외환은행) 인비테이셔널 1차 대회(총상금 4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 챔피언조보다 3개조 앞서 경기를 한 이태규는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우승상금 8천만원. 허인회(22), 최인식(26), 리처드 무어(27·호주) 등 공동 2위 그룹을 불과 1타차로 따돌린 짜릿한 역전드라마였다. 이태규는 지난해 신한동해오픈 공동 15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시즌 상금도 882만5천원에 지나지 않았다.
최광수(49·동아제약)는 챔피언조에서 노장 투혼을 발휘했으나, 퍼팅 난조로 7언더파 281타 10위로 아쉽게 마쳤다.
광저우/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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