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이 6일(한국시각)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실베이니아/AFP 연합
코닝클래식 첫 우승 쾌거
중1 때 살 빼려 골프입문
중1 때 살 빼려 골프입문
‘박세리 키즈’ 나이대인 1988년생 용띠지만, 골프입문 동기는 사뭇 달랐다. 경기도 포천 동남중 1년 때,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후 국내 주니어 무대에선 한번도 우승 경험이 없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중 3년이던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쪽으로 겨울 전지훈련을 떠난 게 골프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골프환경이 너무 좋다”고 느꼈고, 어차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도전할 목표였으니, 미국에서 승부를 내려 했다. 그래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도 거치지 않았고, 방학 때마다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한영외고 3년 때 2005 유에스 여자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내며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이후 2006년 미국에서 프로로 전향했지만, 그곳에서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퀄리파잉 스쿨(공동 25위)을 거쳐 2008년 엘피지에이 투어에 ‘조건부 출전권자’로 13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공동 11위(세이프웨이 클래식)가 최고 성적이었다. 시즌 상금도 9만5249달러도 104위. 올해도 코로나 챔피언십 공동 26위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하순 엘피지에이 코닝클래식 3라운드 때 1번홀(파4)과 2번홀(파5), 5번홀(파5)에서 무려 3개의 이글을 잡아내는 대기록(투어 사상 5번째)을 세우며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한달 반도 안 돼 마침내 엘피지에이 투어를 정복한 또 한 명의 한국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주인공은 이은정(21). 6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우스 골프클럽(파71·6428야드)에서 열린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총상금 140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 이은정은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미국의 간판스타 모건 프레셀(21)과 공동선두로 마친 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홀 승부에서 2.5m 버디 퍼팅을 멋지게 성공시키며 투어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전날까지 공동 2위와 4타차 단독선두였던 이은정은,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막판까지 애를 태워야 했다. 게다가 앞조에 있던 프레셀이 16번홀(파3) 버디에 이어 17번홀(파5) 이글로 공동선두로 쫓아왔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과감한 퍼팅으로 우승상금 21만달러(2억6000여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2007년 내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역대 메이저 최연소 우승을 거뒀던 프레셀은 지난주 웨그먼스 엘피지에이에서는 신지애에 눌려 우승을 놓치는 등 2주 연속 한국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AFP 연합
이은정(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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