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굴러가는 공을 바라보다 , 공이 홀컵에 빨려 들어가자 양팔을 치켜 든 뒤
(위쪽부터) ① 지은희가 13일(한국시각) 유에스여자오픈 4라운드 18번 홀에서 크리스티 커가 지켜보는 가운데 6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시도해 ② 굴러가는 공을 바라보다 ③ 공이 홀컵에 빨려 들어가자 양팔을 치켜 든 뒤 ④ 캐디인 존 클렌과 포옹하고 있다. ⑤ 우승트로피에 입맞추는 순간. 베슬레헴/AFP, AP 연합
마지막 18번 홀(파4·388야드). 핀까지 168야드를 남기고, 지은희(23·휠라코리아)는 6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다. 세컨샷을 핀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 우승, 파세이브만 해도 캔디 쿵(대만)과 1오버파 공동선두로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린을 향해 날아간 공은 중간 턱을 넘어 홀 6m 부근에 멈춰섰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어려운 내리막 버디 퍼팅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칫 힘조절을 잘못했다가는 3퍼팅도 나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퍼터를 떠난 공은 슬금슬금 구르더니 정확히 홀로 빨려들어갔다.
13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슬리헴의 사우컨밸리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1·6740야드)에서 열린 제64회 유에스여자오픈 챔피언십(총상금 325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이 대회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차로 뒤지던 지은희의 역전우승 드라마는 이처럼 극적이었다.
이날 지은희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 9개 홀에서 3개의 보기와 2개의 버디로 흔들렸고, 10번 홀(파4)에서는 더블보기까지 나와 우승이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하지만 13번 홀(파4)과 1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불씨를 살렸고, 결국 18번홀 버디로 일거에 우승상금 58만5000달러(7억5200만원)를 거머쥐었다. 지은희는 4라운드까지 출전선수 156명 중 최다인 버디 14개를 잡아냈고, 매 라운드 가장 안정적인 스코어(70~72타)를 적어냈다.
지은희와 챔피언조에서 맞붙었던 2007년 이 대회 챔피언 크리스티 커(미국)는 4오버파 75타로 자멸하며, 결국 김인경(21·하나금융)과 공동 3위(2오버파 286타)에 만족해야 했다.
2007년 큐스쿨을 거쳐 조건부 출전권을 받고 엘피지에이 투어에 뛰어든 지은희는 지난해 6월 웨그먼스 엘피지에이 우승 뒤 1년1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장식했다. 또 1998년 박세리(32), 2005년 김주연(28), 2008년 박인비(21·SK텔레콤)에 이어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우승한 4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지은희는 이번 우승으로 10년 동안 유에스여자오픈 출전권도 얻었다.
지은희는 경기 뒤 18번 홀 퍼팅 순간에 대해 “정말 많이 떨렸다. 손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파세이브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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