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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막판 우승 놓치고도…노장은 미소지었다

등록 2009-07-20 22:43수정 2009-07-20 22:44

60살 톰 왓슨 브리티시오픈 준우승 투혼
첫 메이저 우승 싱크 “우상 꺾은 것 안 믿겨”
후반 9홀을 돌 때,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환갑을 앞둔 그는 맞바람에 지쳐 있었다. 특히, 4라운드는 매 순간 집중력이 필요했다. 이는 곧바로 육체적 피로로 이어졌다. 그와 우승 다툼을 벌인 선수들은 대부분 30대였다. 1977년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백주의 결투’ 끝에 클라레 저그(브리티시오픈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술잔)를 따냈던 곳에서 그는 다시 한번 ‘신화’에 도전했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1년여 전 고관절 수술까지 받은 터였다.

톰 왓슨(60·미국)의 ‘아름다운 도전’이 준우승으로 끝맺음됐다. 왓슨은 20일(한국시각) 스코틀랜드 에어셔 턴베리 링크스 에일사코스(파70·7204야드)에서 끝난 138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 플레이오프 접전 끝에 24살 아래의 스튜어트 싱크(36·미국)에 6타 차이로 졌다. 4개 홀(5·6·17·18번)에서 연장전을 벌여 합산하는 방식으로, 왓슨은 체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4오버파에 그쳤다. 싱크는 침착하게 2언더파를 기록해 극적인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3라운드까지 싱크는 왓슨에 3타 차이로 뒤지고 있었다.

마지막 18번 홀(파4·461야드)에서 희비가 갈렸다. 왓슨에 2타 뒤지던 싱크는 18번 홀에서 4.5m 버디를 성공시키며 한 타를 줄였다. 하지만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왓슨은 두 번째 샷이 길어 그린 에지로 굴러갔고, 어프로치샷도 약간 길어 보기로 홀을 마감했다. 2언더파 278타, 동타를 이룬 이들은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연장 17번 홀(파5·559야드)에서 왓슨이 친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 깊은 러프에 박혔고, 페어웨이로 빼내려던 두 번째 샷도 짧아 다시 러프에 빠졌다. 그린 위에서도 3퍼트. 이번 대회 첫 더블 보기였다. 반면, 싱크는 2온에 이은 버디. 연장 승부는 그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왓슨이 연장 18번 홀 보기로 대회를 마감하자 갤러리는 뜨거운 기립박수로 노장의 투혼에 경의를 표했다. 생애 6번째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왓슨은 “늙은이가 거의 우승할 뻔했는데 마지막 홀 퍼팅을 잘 못해서 졌다”며 “마지막까지 응원해준 갤러리의 모습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 때문에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왓슨의 선전으로 다소 빛이 가린 싱크는 1995년 프로 데뷔 이후 14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는 “어릴 적 텔레비전으로 왓슨의 경기를 보며 자랐다. 언젠가 그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와 함께 경기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를 꺾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한편, 올해 브리티시오픈은 궂은 날씨와 어려워진 코스 등으로 인해 단 4명만이 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영국의 희망이었던 리 웨스트우드(36)와 크리스 우드(21·이상 1언더파 279타)는 18번 홀에서 나란히 보기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기회를 날려버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노장에겐 그들만의 ‘기술’이 있다


138회 브리티시오픈 주인공은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36)가 아니라 준우승자 톰 왓슨(60)이었다. 골프팬들은 노장의 퍼팅 하나 하나에 숨을 죽이며 그의 우승을 염원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사이클 경주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팬들의 관심은 4년 만에 돌아온 랜스 암스트롱(38)에 쏠린다. 그는 그런 관심에 보답하듯, 종합 2위를 달리면서 대회 8번째 우승 꿈에 다가서고 있다.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나스카)에서 허셀 맥그리프는 20일(이하 한국시각) 81살의 나이를 무색케 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마크 마틴(50)이 나스카 우승컵을 쥐기도 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42살의 수영 베테랑 다라 토레스는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선수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3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들은 온몸으로 말한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들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스포츠의학 전문가 앤드류 그레고리 박사는 <에이피>(AP)와 인터뷰에서 “골프는 다른 종목과 달리 기술의 스포츠다. 기술은 나이가 들어도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칼 포스터 전 미국 대학스포츠의학협회장 겸 위스콘신대 교수는 “왓슨이나 암스트롱, 그리고 토레스는 그들만의 분명한 기술이 있다. 그 기술들을 나이가 들어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체력 유지도 관건이다. 나이가 들면 어깨나 등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왓슨은 이 때문에 매 라운드 시작 전 공을 치기보다는 스트레칭을 다소 강도 높게 한다. 토레스는 “나이가 들수록 몸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휴식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며 “나이 든 선수는 몸과 함께 머리(기술)를 쓰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연의 섭리에 맞서는 노장들의 ‘위대한 도전’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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