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영(20·제니퍼 송)
US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 짜릿한 역전승
시즌 2개대회 석권…1988년 펄 신 이후 처음
시즌 2개대회 석권…1988년 펄 신 이후 처음
36홀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 유에스여자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송민영(20·제니퍼 송·사진)은 10번 홀까지 제니퍼 존슨(18)에게 4홀 차로 뒤졌다. 위기상황에서 버팀목이 되준 이는 캐디로 나선 아버지였다. “아빠가 계속 옆에서 ‘제니퍼, 넌 이길 거야. 넌 훌륭한 선수야’라고 격려를 해주셨다. 경기 내내 그는 나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줬고, 계속 웃게 만들어줬다.” 그는 18번 홀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35홀에서 3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아버지와 껴안으며 환한 미소만 짓던 송민영은, 갤러리 사이에 서 있던 어머니(궁지연씨)와 눈이 마주치고는 기어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엄마는 내가 우승하는 모습을 한동안 보지 못하셨다. 아빠 품에 안겨 있을 때는 담담했는데, 엄마를 보니 왈칵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송민영이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9살 때였다. 아버지 송무석 홍익대 조선해양학과 교수가 1998년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할 때였다. 지역대회에 나가 우승할 정도로 잠재력이 있었지만, 부모를 따라 귀국한 뒤에는 골프채를 놓았다.
하지만, 녹색 그린의 유혹은 쉽게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부모를 졸라 국내에서도 골프를 이어갔다. 그렇다고 공부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었다. 대전국제고에 진학했고,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2007년에는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엄친딸’이 따로 없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해 학업과 골프를 이어갔다. 첫해에는 유에스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퍼블릭링크스는 물론이고 10일(한국시각) 끝난 유에스여자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까지 휩쓸었다. 한 해 동안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주최하는 두 대회를 동시에 석권한 여자 선수는 1988년 재미동포 펄 신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송민영은 “1988년이라면 내가 태어나기 1년 전이다. 너무 영광스러워서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두 대회 우승 중 어느 쪽이 더 기쁘냐는 질문에는 “우승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두 대회 모두 특별하다”고 했다. 7월 열렸던 유에스여자오픈에서 공동 12위에 오르는 등의 성적을 냈던 그는 프로 전향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생각해보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양희 기자, 연합뉴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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