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선수(왼쪽)가 17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91회 피지에이(PGA)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옆은 고개 숙인 타이거 우즈. 채스카/AFP 연합
아시아인 최초… ‘황제’ 우즈에 마지막 라운드서 역전승
상·하의는 물론 신발까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으로 차려입고 마지막 라운드 챔피언조에 나선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 그는 빨간 상의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4)를 맞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버디 퍼팅이 살짝 빗나가도 오히려 ‘허~’ 웃으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반면 우즈는 황제답지 않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퍼팅이 빗나가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17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7674야드)에서 열린 제91회 피지에이(PGA) 챔피언십(총상금 750만달러) 4라운드. 제주도 출생으로 세계 110위인 양용은이 피지에이 투어 통산 70승, 메이저대회 14승에 빛나는 세계 1위 우즈를 상대로 통쾌한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즈에게 2타차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양용은은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2개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이날 퍼팅 난조로 3타를 잃은 우즈를 2위로 밀어내고 시즌 2승과 함께 우승상금 135만달러(16억9000여만원)를 거머쥐었다. 아시아인이 피지에이 투어 메이저대회를 정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6년 투어에 데뷔한 우즈는 메이저대회 14승을 올리는 동안 4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해 역전패를 당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으나 이번에 기록이 깨졌다. <에이피>(AP) 통신은 양용은의 이번 우승에 대해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큰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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