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17)과 허미정(20·코오롱 엘로드)이 31일 새벽(한국시각) 나란히 미국 골프무대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이들은 2007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챔피언스 게이트 골프아카데미에서 함께 했던 인연도 있다. 3주 전 송민영(20)의 유에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안병훈의 남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제패, 그리고 양용은의 피지에이(PGA) 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허미정의 엘피지에이(LPGA) 투어 ‘깜짝’ 우승은, 한국 남녀가 미국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 모두에서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병훈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 우승
“양용은 아저씨가 한국인 가능성 보여줘” 안병훈(17)이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간 것은 2005년 12월. 그동안 딱히 도드라진 성적은 없었다. 2006년 나이키 주니어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3년 반 동안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고, 31일(한국시각)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의 서던힐스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2009 유에스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뉴질랜드 동포 이진명(대니 리)이 세웠던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18살1개월)을 한 달 반가량 앞당겼다. 한국 국적 선수가 유에스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 오는 9월17일이면 만 18살이 되는 안병훈은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온 게 100% 잘한 일 같다. 그런 결정을 내려준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대한항공 탁구 감독직을 1년 만에 그만뒀던 아버지 안재형(44)은 캐디로 아들의 우승 순간을 함께 했고, 사업상 중국에 머물고 있는 어머니 자오즈민(46)은 국제전화로 아들의 우승 소식을 전해들었다. 36홀 매치플레이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안병훈이나 상대 벤 마틴(22)은 부담감과 다소 쌀쌀한 날씨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때문에 보기를 해도 홀을 따내는 경우가 많았다. 5홀을 남기고 7홀 차이로 승리할 때까지 31홀에서 안병훈은 9오버파, 마틴은 15오버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안병훈은 “벤처럼 나도 사실 플레이를 잘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가 나보다 더 많은 실수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그는 내년 마스터스, 유에스오픈, 브리티시오픈에 초청받게 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입학을 앞둔 그는 아직 프로전향 계획이 없다. 하지만 “양용은 아저씨가 한국이나 아시아권 선수들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도 더 큰 무대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허미정 LPGA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
한국선수 7승째…“올해 신인왕이 목표”
소리소문도 없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깜짝’ 정복한 그도 ‘박세리 키드’다. “1998년 세리 언니가 유에스여자오픈 우승하는 것을 보고 골프를 알게 됐어요. 그 후 아빠를 따라다니며 볼을 한두 개씩 쳐봤더니 너무 재미있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죠.” 2006년 12월, 대전체육고 2학년(만 17살) 때 국가대표 유망주이던 그가 코오롱에 스폰서 계약을 제의했을 때 밝힌 내용이다. 2001년 한국주니어골프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7개 대회 정상에 올랐고, 2005년과 2006년 잇따라 전국체전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2005년부터 2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내고 지난해 프로로 전향해 엘피지에이 2부 투어인 퓨처스 투어에서 상금랭킹 4위에 올라 올해 1부 투어에 뛰어들었다. 풀시드권이 없어 7개 투어에 출전했고, 공동 13위가 최고성적일 정도로 무명이었다. 31일(한국시각)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골프클럽(파72·6546야드)에서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 마지막 3라운드. ‘루키’ 허미정(20·코오롱 엘로드)이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미셸 레드먼(미국)과 공동선두로 마친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2억8000여만원). 허미정은 2라운드까지는 부진했으나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에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 선수들의 올해 7승째. 허미정은 “올해 신인왕이 목표였는데 신지애 언니가 너무 잘해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1m76의 큰 키에 팔이 유난히 긴 허미정은 대전 월평중 시절 ‘꼬마 세리’로 불릴 만큼 두둑한 배짱과 실력을 겸비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양용은 아저씨가 한국인 가능성 보여줘” 안병훈(17)이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간 것은 2005년 12월. 그동안 딱히 도드라진 성적은 없었다. 2006년 나이키 주니어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3년 반 동안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고, 31일(한국시각)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의 서던힐스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2009 유에스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뉴질랜드 동포 이진명(대니 리)이 세웠던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18살1개월)을 한 달 반가량 앞당겼다. 한국 국적 선수가 유에스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 오는 9월17일이면 만 18살이 되는 안병훈은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온 게 100% 잘한 일 같다. 그런 결정을 내려준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대한항공 탁구 감독직을 1년 만에 그만뒀던 아버지 안재형(44)은 캐디로 아들의 우승 순간을 함께 했고, 사업상 중국에 머물고 있는 어머니 자오즈민(46)은 국제전화로 아들의 우승 소식을 전해들었다. 36홀 매치플레이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안병훈이나 상대 벤 마틴(22)은 부담감과 다소 쌀쌀한 날씨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때문에 보기를 해도 홀을 따내는 경우가 많았다. 5홀을 남기고 7홀 차이로 승리할 때까지 31홀에서 안병훈은 9오버파, 마틴은 15오버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안병훈은 “벤처럼 나도 사실 플레이를 잘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가 나보다 더 많은 실수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그는 내년 마스터스, 유에스오픈, 브리티시오픈에 초청받게 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입학을 앞둔 그는 아직 프로전향 계획이 없다. 하지만 “양용은 아저씨가 한국이나 아시아권 선수들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도 더 큰 무대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허미정 LPGA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
한국선수 7승째…“올해 신인왕이 목표”
소리소문도 없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깜짝’ 정복한 그도 ‘박세리 키드’다. “1998년 세리 언니가 유에스여자오픈 우승하는 것을 보고 골프를 알게 됐어요. 그 후 아빠를 따라다니며 볼을 한두 개씩 쳐봤더니 너무 재미있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죠.” 2006년 12월, 대전체육고 2학년(만 17살) 때 국가대표 유망주이던 그가 코오롱에 스폰서 계약을 제의했을 때 밝힌 내용이다. 2001년 한국주니어골프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7개 대회 정상에 올랐고, 2005년과 2006년 잇따라 전국체전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2005년부터 2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내고 지난해 프로로 전향해 엘피지에이 2부 투어인 퓨처스 투어에서 상금랭킹 4위에 올라 올해 1부 투어에 뛰어들었다. 풀시드권이 없어 7개 투어에 출전했고, 공동 13위가 최고성적일 정도로 무명이었다. 31일(한국시각)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골프클럽(파72·6546야드)에서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 마지막 3라운드. ‘루키’ 허미정(20·코오롱 엘로드)이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미셸 레드먼(미국)과 공동선두로 마친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2억8000여만원). 허미정은 2라운드까지는 부진했으나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에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 선수들의 올해 7승째. 허미정은 “올해 신인왕이 목표였는데 신지애 언니가 너무 잘해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1m76의 큰 키에 팔이 유난히 긴 허미정은 대전 월평중 시절 ‘꼬마 세리’로 불릴 만큼 두둑한 배짱과 실력을 겸비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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