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골퍼 장하나
[36.5℃ 데이트] 고교생 골퍼 장하나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신동’에서, 이제 어엿한 ‘여자골프 국가대표’로 성장한 외동딸.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버지는 좋아하던 골프마저 끊었다. “경비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딸이 치게 된 뒤로는 그만뒀어요.” 입문 366일 만에 싱글을 친 아빠, 식당을 운영하면서 월 400만~500만원 정도 드는 딸의 훈련비용을 대온 아빠였다.
그런 아빠를 위해 딸은 “빨리 프로에 데뷔해 상금 타서 크루즈여행 시켜드릴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아빠 내일모레면 환갑이에요. 저 땜에 고생하셨는데….”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에 대한 애틋한 아빠의 정, 그리고 아빠에 대한 지극한 효심.
한국여자골프 기대주 장하나(17·대원외고2)는 아빠의 지극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지난달 하순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하늘코스에서 열린 2009 케이비(KB) 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 아마추어로 1~3라운드 내내 단독선두를 달리다 마지막날 아쉽게 서희경에게 역전우승을 내준 장하나. 그가 어떻게 충격파를 견뎌내고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그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그와 아버지(장창호)를 만났다.
KB 스타투어 아쉬운 준우승
“바다에 실망 버리고 왔어요” ■ 씩씩~활달 “경기 뒤 케이티엑스(KTX) 타고 부산 갔다 왔어요. 친구 만나러. 넓은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실망하고 우울했던 것 다 버리고 왔어요. ‘마음을 넓게 가지자’ 다짐도 했어요.”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 우렁차고 씩씩해 커피숍이 떠나갈 듯했다. 몸도 단단했다. 팔씨름을 한번 해봤는데, 꺾어 넘기기 힘들 정도로 통뼈에 강했다. “아이언샷 임팩트가 좋은 게 제 장점이에요. 핀을 보고 때릴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 같은 공격적인 골프를 좋아하고요.” 신체조건을 물어봤더니, 키는 1m64㎝라면서도 “몸무게는 절대비밀이고, 인터뷰 사상 말한 적이 없다”고 둘러댄다. 서울 반원초등 3년 때 식당 건물 위층 실내연습장에서 골프에 처음 입문하기 전까지는 해동검도와 수영으로 다진 몸이었단다. ■ 아쉬움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시즌 상금왕을 다투는 서희경·유소연과 당시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언니들은 코스 공략법이 저랑 달랐어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 그냥 생각 없이 막 공을 쳤는데….”
갤러리의 매너에 대한 아쉬움도 비쳤다. “핑계를 대자면, 18번홀 퍼팅 순간, 갤러리 쪽에서 ‘거기 앉으세요’ 하는 큰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공을 뻥~ 쳤고, 2~3m가량 홀컵을 지나쳐버렸어요. 17번홀 퍼팅 때도 핸드폰이 크게 울렸어요. 언니들 칠 때는 조용했는데…. 그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제 위치라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초등 6년(2004년) 때 제주도지사배와 송암배 우승 뒤, 그해 한국여자오픈에 초청될 정도로 촉망받던 골프신동이었다. ‘꼬마’였지만,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50야드를 넘는 장타자였다. 그해 타이거 우즈가 방한해 제주 라온클럽에서 이벤트 대결을 벌일 때도 초청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타자 명성
딸 위해 아버지는 골프 끊어 ■ 공부와 여가 아마추어로 올 시즌이 끝나 새벽에 학원 다니며 영어와 일본어 공부에 열중이다. “앞으로 머리에 지식을 많이 넣어야겠어요. 다른 세계를 알아보는 시간….” 중2 때는 골프가 무척 싫은 적도 있었다. “골프 치우면 뭐하지, 공책에 한번 써봤어요. 그런데 열단어 쓰면 아홉단어가 골프였어요. 이제까지 골프 말고는 한 게 없는 거예요. 이제 공부해야죠.” “골프 하려면 남자친구 사귀면 절대 안 된다”는 아버지 방침에, 연애소설을 주로 읽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단다. ■ 좌우명과 목표 골프에서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연습량이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요.” 그러면서 휴대폰에 담아 놓은 명언을 읽어준다. “천재골퍼는 부지런한 골퍼를 이길 수 없고….” 현재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당장 목표는 “내년 남들보다 빨리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1부 투어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1부 투어 신인왕과 2~3년 뒤 대상”이 다음 목표. 현재 코치도 없는 독학파다. 아직 스폰서도 없다. 그러나 장기목표는 원대했다. “엘피지에이(LPGA) 명예의 전당 최연소 입성이죠. 꿈은 크게 잡을수록 좋잖아요. 올림픽 금메달 목표도 추가로 생겼고요.” 글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바다에 실망 버리고 왔어요” ■ 씩씩~활달 “경기 뒤 케이티엑스(KTX) 타고 부산 갔다 왔어요. 친구 만나러. 넓은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실망하고 우울했던 것 다 버리고 왔어요. ‘마음을 넓게 가지자’ 다짐도 했어요.”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 우렁차고 씩씩해 커피숍이 떠나갈 듯했다. 몸도 단단했다. 팔씨름을 한번 해봤는데, 꺾어 넘기기 힘들 정도로 통뼈에 강했다. “아이언샷 임팩트가 좋은 게 제 장점이에요. 핀을 보고 때릴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 같은 공격적인 골프를 좋아하고요.” 신체조건을 물어봤더니, 키는 1m64㎝라면서도 “몸무게는 절대비밀이고, 인터뷰 사상 말한 적이 없다”고 둘러댄다. 서울 반원초등 3년 때 식당 건물 위층 실내연습장에서 골프에 처음 입문하기 전까지는 해동검도와 수영으로 다진 몸이었단다. ■ 아쉬움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시즌 상금왕을 다투는 서희경·유소연과 당시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언니들은 코스 공략법이 저랑 달랐어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 그냥 생각 없이 막 공을 쳤는데….”
갤러리의 매너에 대한 아쉬움도 비쳤다. “핑계를 대자면, 18번홀 퍼팅 순간, 갤러리 쪽에서 ‘거기 앉으세요’ 하는 큰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공을 뻥~ 쳤고, 2~3m가량 홀컵을 지나쳐버렸어요. 17번홀 퍼팅 때도 핸드폰이 크게 울렸어요. 언니들 칠 때는 조용했는데…. 그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제 위치라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초등 6년(2004년) 때 제주도지사배와 송암배 우승 뒤, 그해 한국여자오픈에 초청될 정도로 촉망받던 골프신동이었다. ‘꼬마’였지만,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50야드를 넘는 장타자였다. 그해 타이거 우즈가 방한해 제주 라온클럽에서 이벤트 대결을 벌일 때도 초청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타자 명성
딸 위해 아버지는 골프 끊어 ■ 공부와 여가 아마추어로 올 시즌이 끝나 새벽에 학원 다니며 영어와 일본어 공부에 열중이다. “앞으로 머리에 지식을 많이 넣어야겠어요. 다른 세계를 알아보는 시간….” 중2 때는 골프가 무척 싫은 적도 있었다. “골프 치우면 뭐하지, 공책에 한번 써봤어요. 그런데 열단어 쓰면 아홉단어가 골프였어요. 이제까지 골프 말고는 한 게 없는 거예요. 이제 공부해야죠.” “골프 하려면 남자친구 사귀면 절대 안 된다”는 아버지 방침에, 연애소설을 주로 읽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단다. ■ 좌우명과 목표 골프에서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연습량이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요.” 그러면서 휴대폰에 담아 놓은 명언을 읽어준다. “천재골퍼는 부지런한 골퍼를 이길 수 없고….” 현재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당장 목표는 “내년 남들보다 빨리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1부 투어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1부 투어 신인왕과 2~3년 뒤 대상”이 다음 목표. 현재 코치도 없는 독학파다. 아직 스폰서도 없다. 그러나 장기목표는 원대했다. “엘피지에이(LPGA) 명예의 전당 최연소 입성이죠. 꿈은 크게 잡을수록 좋잖아요. 올림픽 금메달 목표도 추가로 생겼고요.” 글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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