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업 퇴직임원 아이디어…2년만에 매출 1천억
온라인 접속하면 전국 골퍼들과 동반 라운딩 가능
온라인 접속하면 전국 골퍼들과 동반 라운딩 가능
지난달 23일 열린 28회 야구인골프대회에 참가한 엘지 야구단 운영팀의 임승규 차장은 이 대회에서 롱기스트상을 받기도 했을 정도로 골프 실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바쁜 업무로 평소 라운딩은커녕 연습장조차 가기 힘들다. 그래도 대회에서 코스를 적절히 공략하며 과거의 샷 감각을 뽐내자 동반 라운딩을 하던 엘지 박종훈 신임 감독이 찬사를 보냈다. 임 차장은 “어제 스크린골프에서 샷을 가다듬었던 것이 …”라고 으스댔다.
■ 이용자수 실제 내장객 수를 위협 2000년 5월 삼성의 한 정보통신회사 퇴직 임원의 아이디어가 스크린골프의 신기원을 열었다. 2년 뒤 연간 매출 10억원의 작은 회사에 지나지 않았던 골프존은 7년째가 되던 2006년 100억원대를 돌파해 120억원을 기록했고, 다시 2년 만에 1000억원대에 진입해 올해는 14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스크린골프협회가 아직 없어 부정확한 통계지만, 대략 한 스크린을 하루 4명이 찾는다고 계산했을 때 연간 이용객 수는 200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골프장경영협회 추정통계를 보면 올해 골프장 내장객수는 연말까지 대략 2500만명이다.
■ 접근성·편리성·저렴성 스크린골프의 장점은 비용의 최소화와 기회의 최적화로 요약된다. 집이든 직장이든 5~10분 거리에서 라운딩이 가능하다. 비용도 라운드당 2만~3만원이다. 골프클럽은 물론 장갑, 신발까지 갖추고 있어 몸만 가면 된다. 부킹난에 허덕이던 한국 골프 문화에선 이보다 더 파격적인 부킹은 상상할 수 없다. 게다가 전국 골프장은 물론 국외 유명 골프장도 라운딩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임 차장처럼 낯선 골프장에 가기 전 스크린 연습라운딩은 다음날 성적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 진화하는 스크린골프 실제 라운딩의 보조문화에 그쳤던 스크린골프는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8일 2009년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던 골프존(대표 김영찬)의 한수진 홍보팀장은 “일선 매장 주최 대회와 골프존 본사 주최 등 모두 137개의 골프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며 “온라인 가입 회원수만 3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존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금순위 1위의 상금액 2000만원은 전자화폐가 아닌 실제 금액이다. 스크린골프는 매장에서 온라인 접속만 하면 전국 어느 매장에 있는 골퍼들과도 동반 라운딩이 가능하다. 골프존은 일본, 미국 등 29개국으로 진출하고 있고, 국외 매장에 있는 골퍼와의 동반 라운딩도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 골프존 등 10여개 업체 경쟁 스크린골프는 정보통신(IT) 강국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브랜드가 됐다. 골프존이 국외시장에서 1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것은 국내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서 확인된다. 골프존 외에 알바트로스, 패밀리, 엑스골프(X-GOLF), 케이티(KT), 골프19, 하나로, 에이스(ACE) 등 경쟁업체들의 가세로 시장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골프존이 실제 골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공이 놓인 라이의 각도와 바람의 세기 등을 실제와 동일하게 적용하자, 다른 업체에선 현장감을 더하는 라운드스크린을 선보이는 등 기술경쟁도 뜨겁다.
■ 저작권 등 풀 과제도 있어 무섭게 팽창하는 스크린골프 시장에 반색을 하는 곳은 오히려 골프장 업계다. 내장객을 빼앗길 만도 하지만, 실제 골프 대중화에 제대로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 규모가 커지게 되면 실제 골프장의 제원과 명칭 사용에 대한 저작권 협상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종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은 “스크린골프 시장은 스크린 수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상금이 5000만원까지 걸린 대회가 나오는가 하면, 스크린 프로골퍼들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발전이 놀랍다”고 말했다.
“골프와 정보통신(IT),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장르가 될 것”이라는 골프존 김영찬 대표의 말처럼, 스크린골프는 한국이 내놓은 새로운 브랜드 시대를 열고 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접근성과 저렴성에서 스크린골프는 새로운 골프문화의 공간을 열고 있다. 사진들은 골프존이 운영하고 있는 골프존 파크. 골프존 제공
“골프와 정보통신(IT),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장르가 될 것”이라는 골프존 김영찬 대표의 말처럼, 스크린골프는 한국이 내놓은 새로운 브랜드 시대를 열고 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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