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 “모든 경기 거부”…원아시아투어 파행 위기

한국, 중국, 호주 세 나라 남자골프계가 ‘세계 3대 투어 진입’을 목표로 지난해 출범시킨 ‘원아시아투어’가 파행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소속 프로들이 원아시아투어 출전 전면거부를 최종 결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코리안투어 선수회’(대표 박도규)는 27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3층 그랜드볼룸에서 총회를 열고, “원아시아투어가 새로운 대회를 창설하지 못하고 기존 국내 대회를 편입시키면서 선수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한국은 물론 해외(중국, 호주, 타이)에서 열리는 원아시아투어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앞서 선수회는 이달 중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린 유진투자증권오픈 때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선수회의 출전 거부로 다음주로 예정된 지에스(GS)칼텍스 매경오픈을 비롯해, 5월 하순 에스케이텔레콤오픈, 10월 코오롱 한국오픈 등 원아시아투어에 편입된 3개 국내 대회는 자칫 파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개 대회는 원래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메이저급 대회로 국내 프로골퍼들이 다수 출전했으나, 원아시아투어로 편입되면서 중국·호주 선수들의 출전으로 국내 선수 입지가 좁아졌다.

26일 전상렬 원아시아투어 회장(커미셔너)과 김동욱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원아시아투어 이사회에서 대회 개최국 참가 선수를 60~70명 수준으로 늘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선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회는 “매경오픈 등 3개 대회가 원아시아투어 타이틀을 떼어내고 과거처럼 아시안투어나 국내 단독대회로 치른다면 기꺼이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회의 단체행동에 대회 스폰서 쪽은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경제위기로 에스케이텔레콤오픈을 열지 않으려 했으나 대승적 차원에서 대회를 유지했다”며 “대회에 임박해서 선수들이 보이콧을 하고 나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원아시아투어는 윤세영 회장의 대한골프협회 쪽이 주도해 “기존 아시안투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유러피언(EPGA) 투어와 함께 세계 3대 투어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걸고 만들어졌다. 한국프로골프협회도 참여했다. 지난해 5개 대회(중국 2, 호주 2, 한국 1)가 열렸으며, 한국에서는 한국오픈이 이에 처음 편입됐다.

김경무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