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 료
5월의 첫 일요일, 일본 남자 프로골프투어 ‘주니치 크라운즈’ 마지막날 라운드가 펼쳐진 아아치현 나고야골프장. 이시카와 료(18·파나소닉)는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18위로 티샷을 시작했다. 자력우승은 힘들어보였지만, 이시카와는 첫홀에서 버디를 낚아 산뜻하게 출발했다. 두번째 홀도 버디. 넷, 다섯, 여섯번째 홀도 버디였다. 전반 9홀에서만 낚은 버디가 무려 7개. 갤러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신들린 듯한 샷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추가로 5개의 버디를 낚아, 이날 18홀에서 무려 12개의 버디를 건졌다. 보기는 하나도 없는 완벽한 플레이였다.
그는 이날 ‘파 70’인 18홀을 58타만에 끝마쳤다. 구라모토 마사히로(45) 선수가 2003년 아콤 인터내셔날 1라운드에서 세운 일본 라운드 최저타 기록(59타)을 갈아치운 것이었다. <마이니치신문>은 “경이의 58타, (골프장은) 료 극장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4라운드 합계 267타, 13언더파로 이시카와가 우승했다.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통산 7승째. 2400만엔의 상금을 받아 18살7개월의 사상 최연소로 상금 3억엔을 돌파하는 또 하나의 신기록도 이어갔다.
이사카와는 지난해 일본 프로골프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최연소 상금왕에 올라 일본 골프계를 감짝 놀라게 했다. 그는 이미 15살 때인 2007년 아마추어로 첫 우승을 신고한 바 있다. 비록 미국 투어 메이저대회에서는 지난해까지 두 해 연속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일본 골프팬들은 그가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골퍼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경기에서 보기없이 4개의 버디를 잡아 2위에 오른 후지타 히로유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선수, 차원이 다른 골퍼”라고 이시카와를 추어올렸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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