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마리야 베르체노바가 20일 서귀포시 더 클래식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2라운드에서 11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넵스 제공
‘골프의 샤라포바’ 별명
넵스 대회 6오버파 부진
“시차적응 못해 밤잠 설쳐 LPGA 풀시드 확보 목표”
넵스 대회 6오버파 부진
“시차적응 못해 밤잠 설쳐 LPGA 풀시드 확보 목표”
대회 개막 전부터 단연 눈길을 끌었다. 눈에 띄는 외모와 1m76의 큰 키로 ‘골프의 샤라포바’로 불렸다.
마리야 베르체노바(23). 그는 여자 프로골퍼가 두 명 밖에 없는 ‘골프 불모지’ 러시아 출신이다. 12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2004년과 2006년 러시아 아마추어 챔피언에 오른 뒤 2007년 프로로 전향해 같은 해 러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자유러피언 투어(LET) 풀시드를 따냈다.
베르체노바가 제주 서귀포시 더 클래식 골프리조트(파72·6402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총상금 6억원, 우승상금 1억2000만원)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방가구 전문업체인 넵스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코스 곳곳에 예술 작품이 전시돼 있는 등 아름다움을 소재로 열리고 있다. 주최 쪽이 베르체노바를 초청한 이유도 그가 이번 대회 이미지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란다.
이 대회를 대행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사 ‘스포티즌’ 김평기 이사는 “지난 7월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 마스터스 때 베르체노바를 만났다”며 “그때 별도의 초청비 없이 항공료와 숙식 제공으로 국내 대회 참가를 제안했고, 그가 흔쾌히 수락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2라운드에 출전한 베르체노바는 푹푹 찌는 무더위 때문에 힘겨워했다. 이날 제주도는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는 “더위에 습기도 많아 마치 동남아 날씨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전날 1라운드에서 7오버파 79타, 공동 96위로 추락한 탓에 그를 따라다니는 갤러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경기진행요원은 “기자님이 오늘 첫 갤러리”라고 귀띔했다. 그는 “시차적응이 안 돼 밤잠을 설치는 바람에 1라운드에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박초희(21·동아회원권), 이새미(22·투어스테이지)와 동반 플레이를 한 그는 전반 홀에선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홀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반 홀보다 더 어려운 코스인데도 3, 4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낚았고, 8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마지막 9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1언더파 71타로 선전했지만 1·2라운드 합계 6오버파 150타, 공동 84위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라운딩 도중에는 동반 플레이어들과 초콜릿을 나눠먹고 가벼운 대화도 나누었다. 그는 경기 뒤 “한국 선수들이 친절하다”며 웃음지었다.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선 “유럽 선수들은 공격적이고 도전적인데, 한국 선수들은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친다”고 평했다.
이날 컷오프되는 바람에 일정을 앞당겨 21일 출국하는 베르체노바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풀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처럼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이날 2라운드에서는 강력한 신인상 후보인 조윤지(19·한솔)가 전날과 같은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로 단독선두로 나서며 시즌 2승 가능성을 높였다. 전날 공동선두였던 서희경(24·하이트)과 윤채영(23·LIG)은 8언더파 136타 공동 2위에 올랐다.
서귀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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