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홀에서 세컨드샷을 하는 순간 갤러리가 사진을 찍는 바람에 샷이 흔들려 사실 실수를 했어요. 샷을 할 때는 정말 고요한 순간인데, 뭔가 찰칵 소리가 나면 리듬이 완전히 무너지거든요. 오늘 그것 때문에 몇차례 실수가 있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이후 4년 만에 이번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87전88기’를 노렸으나 또다시 아쉽게 우승을 놓친 김송희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아쉬움을 털어놨다. 애초 기자회견장에 담담한 표정으로 나타난 김송희는 “많은 응원 속에 시합할 수 있어 좋았다. 그래도 열심히 잘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나연이가 차분하게 플레이를 잘했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계속되는 취재진의 질문에 ‘갤러리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러나 김송희는 “그것을 무시했어야 하는데 못했다”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날 경기가 열린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는 청명한 날씨 때문인지 무려 1만5000여명(대회본부 집계)이 몰려 주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홀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런데 갤러리가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대고 움직이는 바람에 선수들은 샷 순간 극도로 긴장해야 했다. 최나연의 캐디는 이런 소란스런 갤러리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물통을 차기까지 했고, 영어로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송희는 이날 첫 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데뷔 첫 우승 기대를 높였으나 9번 홀(파4) 세컨드샷 실수로 일거에 무너졌다. 130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으나 공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고, 결국 보기를 하고 말았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후 1타 차로 최나연에게 쫓기게 된 김송희는 더욱 샷이 움츠러들었고, 10번 홀(파4)에서도 세컨드샷과 칩샷이 잇따라 짧은 바람에 보기를 기록하며 흔들렸다. 영종도/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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