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서 정교함으로 치고나와
‘절친’ 김송희 꺾고 2연패
신지애 누르고 상금 1위도
‘절친’ 김송희 꺾고 2연패
신지애 누르고 상금 1위도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참으로 얄궂은 게 승부의 세계다. 최나연(23·SK텔레콤)과 김송희(23·하이트)는 미국 투어를 함께 뛰며 연습라운드도 같이 하는 ‘단짝친구’다. 중2 때부터 ‘절친’으로, 현재 스윙코치와 웨이트·멘털 코치도 같다. “서로 옷 사이즈도 알 정도로 친해요.” 김송희의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쫓는 자와 쫓기는 자로 챔피언조에서 처음 만났다. “지키는 것보다 따라가는 게 오히려 편하다.” 결전을 앞두고 최나연은 이렇게 부담이 없다고 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김송희는 “첫 우승이 가장 힘들고 중요하다. 그게 내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최나연이 절친을 상대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3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마지막날 3라운드. ‘디펜딩 챔피언’ 최나연은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비키 허스트(미국)와 김송희를 각각 2·3타 차 2·3위로 밀어내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최나연은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이며, 전날까지 1타 차 선두였던 김송희를 제쳤다. 최나연은 경기 뒤 “송희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친구라고 생각했다면 오늘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지애 제치고 상금랭킹 1위 이번 대회 전까지 시즌 상금랭킹 2위였던 최나연은 우승상금 27만달러(3억여원)를 거머쥐며 1위로 올라섰다. 시즌상금 174만2028달러로, 1위를 달리던 신지애(159만9768달러)를 제쳤다. 데뷔 3년차인 최나연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시즌 2승 고지에 올랐다. 통산 4승째. 최나연의 우승으로 한국 및 한국계 선수는 이번 시즌 8승을 합작했다. 앞으로 투어 대회는 3개밖에 남지 않아 최나연이 사상 첫 상금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지애(22·미래에셋)는 폴라 크리머(미국)와 함께 공동 4위(6언더파).
■ 승부의 분수령 10번 홀 최나연은 9번 홀(파4·403야드)까지 김송희에 1타 뒤져 있었다. 그러나 10번 홀(파4·373야드)에서 김송희가 보기를 기록하는 사이, 세컨드샷을 핀 부근에 붙인 뒤 버디를 잡으며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11번 홀(파4·360야드)에서도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팅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반면 김송희는 9번 홀 보기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후반 홀에서만 무려 4개의 보기(버디는 1개)를 쏟아내며 4년 만의 첫 우승 문턱에서 다시 좌절했다.
■ ‘대리석 그린’에 국내파 고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미국 투어 직행을 꿈꾸던 국내파들은 유소연(20·하이마트)만 공동 8위(4언더파)로 선전했을 뿐, 대부분 고전했다. 스카이72골프클럽 쪽은 사흘 내내 대리석처럼 빠르게 그린을 유지해 변별력을 높였고, 이런 그린에 익숙하지 못한 국내파들은 애를 먹었다. 국내 상금랭킹 1위 이보미(22·하이마트)는 공동 59위(8오버파), 안신애(20·비씨카드)는 공동 56위(7오버파), 양수진(19·넵스)은 공동 25위(1언더파), 서희경(24·하이트)은 공동 68위(11오버파).
영종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영종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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