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다시 골프 시즌이 돌아오나 봅니다.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골프, 던롭, 미즈노 등 미국과 일본 유수의 골프용품 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 드라이버나 아이언세트를 내놓으며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골프단 창단도 잇따르고 있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4월8일 개막하는 2011 시즌 일정을 최근 내놨습니다.
몇 년 전 튜닝이 가능한 혁신적인 r7 드라이버를 내놓았던 테일러메이드의 경우 지난해 이보다 진보했다는 R9을 내놓는가 싶었는데, 벌써 R11을 론칭해 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골프용품 업체들이 나아진 기술을 내세우며 시즌 초 신상품을 내놓는 것은 연례행사인데, ‘제품 진부화 정책’을 통한 판매전략 측면도 강해 소비자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기도 합니다. 싱글을 치는 한 아마 골퍼는 “얼마 전 미국에서 R9을 구입했는데, R11이 벌써 나오면 어쩌냐”고 불평을 하더군요.
어쨌든 본격적 골프 시즌을 맞아 프로골퍼와 투어 대회 주요 스폰서 격인 대기업들의 ‘여자 선호’ 현상이 여전히 두드러집니다. 1월 한화그룹이 창단한 골프단도 유소연, 임지나, 윤채영 등 국내 간판스타로 구성된 여자팀밖에 없습니다. 한화는 다시 골프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대회 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으로 여자 투어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네요.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최고 상금 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여자 투어가 너무 잘나가는 바람에, 남자 투어 관계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발표된 여자 투어 올 시즌 일정을 보면, 모두 24개 대회(총상금 136억여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2개나 늘었습니다. 5억원 상금 규모의 ‘금강 센테리움 여자오픈’과 ‘삼부 타니 여자오픈’이 새롭게 생겼습니다. 게다가 ‘현대건설 서울경제오픈’은 총상금 규모를 3억원에서 6억원으로 2배나 증액하기도 했습니다.
남자 투어는 대기업 스폰서들의 기피로 아직 투어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자 투어가 너무 잘나가 부담스럽네요.” 황성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전무는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호소하더군요. 다른 협회 관계자는 “현재 16~17개 정도 투어 대회가 확정됐는데, 4~5개는 스폰서들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스폰서들의 여자 대회 선호가 하나의 유행인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우리도 열심히 하는데 아무래도 (스폰서들의) 대세는 여자 쪽으로 넘어간 것 같다. 여자 지원하고 남으면 남자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스폰서가 없으면 골프 대회는 존립 자체가 어렵습니다. 기업들이 남자 쪽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남녀가 함께 발전하는 국내 투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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