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16일(한국시각)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지은 뒤 캐디인 앤디 프로저와 포옹한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폰테 베드라 비치/AFP 연합뉴스
‘4대 대회 제패’ 한 못풀었지만
‘최다 상금’ 18억원 거머쥐어
3년4개월만에 자존심 회복
연장 첫 홀서 톰스에 승리
‘최다 상금’ 18억원 거머쥐어
3년4개월만에 자존심 회복
연장 첫 홀서 톰스에 승리
최경주 ‘5번째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위
3년4개월 만에 다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 고지를 정복한 순간, 최경주(41·SK텔레콤)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그러나 우승 감격은 이내 눈물로 바뀌었다. 연장 첫홀(17번홀) 그린에서 우승 경쟁자 데이비드 톰스(44·미국)와 악수를 하며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캐디인 앤디 프로저와 얼싸안고는 펑펑 울음까지 터뜨렸다. 우승 때마다 듬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1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소그래스 티피시(TPC) 스타디움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 최종 4라운드. 최경주는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해 톰스와 공동 1위로 마친 뒤, 연장 첫홀 파세이브로 우승상금 171만달러(18억65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투어 통산 8승째. 가장 최근 우승은 2008년 1월 소니오픈 때였다.
■ 눈물의 의미? 탱크의 눈물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법했다. 2000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 투어에 뛰어들어 지난해까지 통산 7승을 올린 그였지만, 단 한가지 못 이룬 절실한 꿈이 있었다. 바로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그러나 그 영예는 2009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제치고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메이저대회(PGA 챔피언십)을 정복한 ‘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그룹)이 가져갔다. 그래서 피지에이를 정복한 한국인 선구자로서 그의 자존심은 심한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아쉽게 각각 공동 4위와 8위로 마쳐 메이저대회 제패는 40살을 넘긴 그에게는 갈수록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4대 메이저보다 총상금이 200만달러나 많아 ‘5대 메이저’로 불리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어느 정도 한을 풀 수 있게 됐다. 현지 언론들도 “최경주가 가장 큰 우승을 일궈냈다”고 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첫 우승이다.
■ 탱크의 뚝심 우승까지는 힘겨운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탱크의 뚝심이 빛났다. 전날 악천후 탓에 3라운드 경기가 순연돼 10번홀까지만 마쳤던 최경주는 마지막날 26개 홀을 돌아야 하는 등 부담이 컸다. 그러나 3라운드 남은 홀에서 2타를 줄이며 톰스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1타차 단독선두인 그레임 맥도월(북아일랜드)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맞붙었다.
16번홀(파5)에서 기회가 왔다. 선두를 달리던 톰스가 무리하게 세컨드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다 공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범하는 사이, 파세이브로 공동선두에 오른 것이다. 최경주는 아일랜드홀인 17번홀(파3) 버디로 단독선두로 나섰지만, 톰스는 18번홀(파4) 긴 버디 퍼트 성공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결국 17번홀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최경주는 파를 잡아 1m 남짓 파 퍼트를 놓친 톰스를 제치고 긴 싸움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경주가 미국 투어에서 연장전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제주도에서 봐요” 대회를 마친 최경주는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도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에스케이텔레콤오픈 출전을 위해서다. 이 대회 단골손님인 최경주는 3차례(2003, 2005, 2008년) 우승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최경주 승부처 연장17번홀 상황
16번홀(파5)에서 기회가 왔다. 선두를 달리던 톰스가 무리하게 세컨드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다 공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범하는 사이, 파세이브로 공동선두에 오른 것이다. 최경주는 아일랜드홀인 17번홀(파3) 버디로 단독선두로 나섰지만, 톰스는 18번홀(파4) 긴 버디 퍼트 성공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결국 17번홀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최경주는 파를 잡아 1m 남짓 파 퍼트를 놓친 톰스를 제치고 긴 싸움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경주가 미국 투어에서 연장전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제주도에서 봐요” 대회를 마친 최경주는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도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에스케이텔레콤오픈 출전을 위해서다. 이 대회 단골손님인 최경주는 3차례(2003, 2005, 2008년) 우승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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