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연장서 잇단 실수
‘마의 17번홀(파5·600야드)’.
66회 유에스(US)여자오픈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미끄러진 서희경(25·하이트)에게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 이스트코스 17번홀은 두고두고 그를 잠 못 이루게 할 홀이 될 것 같다. 4라운드와 연장전에서 연이어 두번씩이나 이 홀에서 뼈아픈 실수를 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각) 4라운드 이 홀에서 아주 짧은 거리의 파퍼트를 어이없게 놓쳐 보기를 범한 게 결국 유소연(21·한화)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한 결정적 실수로 남게 됐다. 파세이브만 했어도 4언더파 280타 단독선두로 마쳐, 3홀을 덜 치른 가운데 2언더파 2위로 마친 유소연의 추격권에서 좀더 멀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서희경의 파퍼트는 홀컵 오른쪽을 맞고 튀어나왔다.
11일 연장 두번째 홀인 17번홀에서도 서희경은 드라이버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결국 보기를 범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유소연이 안정된 샷으로 버디를 잡으며 금세 2타 차이로 달아난 것이다. 우승을 예감한 유소연은 18번홀(파4·433야드)에서도 버디를 잡았고, 서희경은 파에 그쳤다.
서희경은 지난해 3월 초청선수로 출전한 기아 클래식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일궈내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국내로 돌아와 제주도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 4라운드 18번홀에서 50㎝도 안 되는 퍼팅을 놓치며 연장승부 기회를 놓친 뒤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이번 유에스여자오픈 선전으로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맞수 유소연에게 당한 패배가 앞으로 투어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인상 포인트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어 이번 같은 샷 감각이라면 시즌 첫 우승을 거둘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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