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파4·431야드)에서 벌어진 연장 첫번째 승부. 148야드를 남기고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친 공(두번째샷)이 그린을 맞고 핀 옆을 지나치더니 프린지 바로 뒤 러프에 멈춰섰다. 이어 최나연(24·SK텔레콤)의 세컨드샷. 핀까지 137야드 거리에서 9번 아이언을 짧게 잡고 친 공은, 그린 오른쪽 내리막 언덕을 맞고 워터해저드로 ‘풍덩’ 빠지고 말았다. 결국 최나연은 더블보기를 범했고, 칩샷을 핀 가까운 곳에 붙인 페테르센은 파로 마무리했다.
■ 연장 첫홀 두번째샷 물에 ‘풍덩’ 22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골프클럽의 고스트 크리크코스(파71·655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 최종 3라운드. 최종합계 6언더파 207타 공동선두로 마친 둘의 운명은 연장 첫홀에서 이렇게 갈렸다.
1998년 구옥희가 처음 우승한 이래, 엘피지에이 투어 ‘한국인(재미동포 포함) 100승’ 주인공일 될 뻔한 최나연은 아쉽게 2위로 마쳤다. 2009년 이 대회 연장승부에서 허미정(코오롱 엘로드)에게 패했던 페테르센은 이번엔 다시 한국인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일궈냈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 최나연은 13만5702달러를 챙겼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달 유소연(21·한화)의 유에스(US)여자오픈 우승으로 투어 통산 99승을 수확한 바 있다.
■ 다시 새가슴?…9타 차에서 뒤집혀 최나연은 이날 우승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스테이스 루이스 등 경쟁자들이 부진했고, 3라운드 시작하기 전 페테르센에 무려 9타나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나연은 이날 보기 5개에 버디 3개로 2타를 잃는 등 심적 압박감으로 제대로 샷을 하지 못했다. 반면 페테르센은 이글 1개에 버디 5개를 뽑아내는 등 신들린 샷을 선보였다.
페테르센의 거센 추격에 공동선두를 허용했던 최나연은 17번홀(파4·273야드)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단독선두로 나서며 우승을 예약했다. 그러나 18번홀 세번째 칩샷이 문제였다. 두번째샷이 그린을 지나 프린지 옆 러프에 갔는데, 칩샷 실수로 공이 핀에 3~4m 가량 못 미치면서 결국 보기를 범하고 만 것이다.
최나연은 경기 뒤 연장 첫홀 두번째샷 상황에 대해 “버디로 이기고 싶어서, 그리고 페이드샷에 자신이 있어 공격적으로 쳤다”며 “9번 아이언이었는데 템포가 빨랐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했었는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했다.
2008년 엘피지에이 투어에 데뷔한 최나연은 이후 여러차례 우승권에 들었으나 심적 부담감으로 흔들리며 자주 우승을 놓쳐 ‘새가슴’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심리 치료까지 받은 끝에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를 해소한 경험도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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