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상 더 할 수 있다”…신한동해오픈 앞두고 자신감
검게 그을린 얼굴, 그러나 입가에선 여유와 미소가 넘쳤다. 하루 전 뼈아픈 더블보기로 1000만달러(120억원)의 보너스 기회를 잡지 못한 아쉬움은 온데간데없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플레이오프 투어챔피언십 뒤 장시간 비행의 피로도 없어 보였다. ‘탱크’는 역시 강했다.
최경주(41·SK텔레콤)가 27회 신한동해오픈 골프대회(9.29~10.2·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 참가하기 위해 27일 새벽 귀국했다.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경주는 “1000만달러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치는 선수는 없다. 경기에 열중하다 보면 돈의 가치보다 누가 더 경기를 즐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대회 때의 심정을 공개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8번홀 더블 보기를 아쉬워하지만 17번홀에서 나온 칩인 버디는 내 생애 최고의 어프로치샷이었다”며 만족해 했다.
올 시즌 피지에이 무대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낸 최경주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제 마흔을 넘어선 그는 “누룽지도 오래 끓여야 제맛”이라며 ‘제2의 전성기’를 연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내 나이가 지칠 나이는 아니다. 5년 이상 충분히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다”며 자신감도 보였다. 통산 피지에이 투어 8승의 최경주는 “내년에도 9승, 10승째에 도전할 것인데, 거기에 메이저대회가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식 섭취와 피로회복 비결도 공개했다. 그는 “1년 반 전부터 아침에는 별별 것을 다 갈아서 만든 선식 비슷한 것을 먹고 있는데 몸상태가 좋고 머리가 맑아진다”고 밝혔다. 이어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과식도 하게 되는데 다행히 공이 잘 맞는다”고 했다. 과거 몸무게를 줄였다가 저조한 성적을 남겼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체중 감량은 절대 안 하겠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피로에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소개했다.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하는 김경태(25), 강성훈(24·이상 신한금융그룹),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 초청선수 폴 케이시(34·잉글랜드)와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최경주는 “자랑스러운 후배들과 유쾌한 축제로 만들겠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았지만 네 번째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 대해서는 “코스 레이아웃이나 길이 등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의 코스”라며 “티샷보다는 그린에 공을 잘 올려놓을 수 있는 아이언샷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11승을 거둔 세계랭킹 23위 케이시는 “한국에서 처음 골프를 치게 됐다. 한국 골프가 최근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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