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사례 1 “금융회사들이 여자골퍼들과 후원계약을 맺을 때 브이아이피(VIP)와 일정부분 라운딩하는 조건도 다는 경우도 있다네요. 이런 게 싫어서 김아무개 선수는 주방가구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쪽 사정에 밝은 사람의 말이다.
#사례 2 “노 코멘트입니다.” 여자프로골퍼 후원과 관련해 최근 입길에 오른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함구했다. 이 그룹은 올해 여자골프단을 창단했다. 그런데 그룹 회장이 ㄱ대 출신이고, 영입된 주장 선수 아버지가 ㄱ대 출신이어서, ㄱ대 인맥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증권·보험 회사들은 국내 프로골프 투어 대회의 메인스폰서다. 또한 이 회사들은 선수들을 영입해 골프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기업의 스포츠단 운영은 홍보 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골프 쪽을 보면 ‘브이아이피 고객 관리’ 차원의 성격도 강하다. 이 때문에 투어 대회를 후원하는 메인스폰서들은 주최하는 대회도 중요시하지만, 대회 전에 열리는 프로암(프로+아마추어) 행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대회 개최 바로 전날 주최 쪽이 선정한 브이아이피 고객은 프로골퍼들과 함께 라운딩하는 기회를 얻는다. 아무래도 기업과의 관계는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후원을 받는 골프단 선수들은 회사를 위해 일정부분 봉사도 해야 한다. 실제 한 증권사의 경우 소속팀 프로 선수가 종종 고객과 라운딩을 하며 레슨까지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에 전념해야 할 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브이아이피를 위해 이리저리 불려다닌다면 문제가 된다. 선수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가 지난 수년간 잘나가고 있는 것은, 박세리 키즈의 미국 무대 선전으로 저변이 더욱 넓어졌고, 대기업 및 금융·증권·보험업계가 투어 대회를 적극적으로 후원했기 때문이다. 케이비(KB)금융의 경우, 케이비국민은행 시절에는 2006년부터 한 시즌에 무려 4개의 여자투어 대회 메인스폰서로 나섰다. 금융당국의 제재로 올해는 메이저대회인 ‘케이비금융 스타 챔피언십’만 개최하고 있지만, 총상금 7억원에 우승상금만 1억4000만원인 초특급 대회다. 하나금융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최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메인스폰서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회는 모두 20개. 이 중 금융·보험·증권업계가 후원하는 대회는 40%가량 된다. 이들 업계들은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자양분인 셈이다. 그런데 자칫 선수나 골프대회 후원이 회사 고위 간부나 브이아이피 고객을 위한 수단으로 기운다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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