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셰브런 골프대회서 우승
‘혼외 스캔들 벙커 탈출’ 첫 기쁨 맛봐
“이겼다 생각에 절로 함성…버디 최고”
‘혼외 스캔들 벙커 탈출’ 첫 기쁨 맛봐
“이겼다 생각에 절로 함성…버디 최고”
갤러리들은 숨을 죽였다. 그들의 시선은 승부를 가를 타이거 우즈(36·미국)의 퍼터에 꽂혔다. 우즈는 그린을 살피더니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쥐며 포효했다.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며 추락을 거듭하던 우즈가 마침내 ‘골프 황제’의 위용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오크스의 셔우드 골프장(파72·7027야드)에서 열린 셰브론 월드챌린지 골프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 우즈는 역전을 주고받는 숨막히는 접전 끝에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잭 존슨(미국·9언더파 279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비록 자신이 주최한 대회이고 정규대회도 아니지만 2009년 11월 호주 마스터스 우승 이후 26개 대회 출전만의 쾌거이고, 749일 만의 정상 등극이다. 또 정규·비정규 대회를 합쳐 통산 83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1999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는 통산 5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우즈는 우승상금 120만 달러(13억여원)를 자신이 운영하는 타이거 우즈 재단에 기부했다. 우즈는 경기 뒤 ”기분이 정말 좋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이겼다는 생각에 함성이 절로 나왔다. 버디 두개를 연속으로 잡아낸 것도 최고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 넘게 ‘골프 황제’로 군림했던 우즈에게 지난 2년의 세월은 추락의 연속이었다. 우즈는 2009년 11월, 새벽 시간에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집앞에서 교통사고를 내면서 불륜 스캔들이 불거졌다. ‘우즈의 여인’이 10여명에 이르는 등 그의 문란한 여자관계가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고, 무기한 골프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스웨덴 모델 출신의 아내 앨린 노르데그린과 6년 만에 결혼 생활을 청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우즈는 그린으로 복귀했지만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승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하던 그는 새로운 스윙코치 숀 폴리와 호흡을 맞추면서 점차 샷 감각을 가다듬었고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멋진 클러치샷을 선보이며 부활을 알렸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도 한때 존슨에 2타 차로 앞서나가다 16번홀에서 역전을 당해 불안감을 줬다. 하지만 17번홀에서 동타를 만든 뒤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를 갈랐다. 그는 “모든 것이 결정나는 마지막 두 홀에서 이번주 친 것 중 가장 좋은 샷 3개가나왔다”며 기뻐했다.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하며 역전 우승을 일구곤 했던 과거의 위용을 선보인 것. 우즈는 2009년 셰브론 대회에서 2년4개월 만에 우승한 뒤 이듬해 정상급으로 도약한 짐 퓨릭(41·미국)에 빗대어 “나도 퓨릭처럼 다음 시즌을 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우즈는 52위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이 21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우즈는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내년 1월2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유럽프로골프 투어 대회인 에이치에스비시(HSBC)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한편 최경주(41·SK텔레콤)는 마지막 날 6타를 잃어버리는 부진 끝에 12위(1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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