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프로
새내기 맞어?
세계 정상급 남자프로골퍼들이 우글거리는 무대. 그는 마치 겁 세포를 상실한 신인 같았다. 갈수록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3라운드 들어서는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300야드를 훌쩍 넘었다. 305.0야드. 평소 320야드 남짓 날리는 장타자인 그는 거침 없는 샷을 휘둘렀다. 그린적중률도 72%로 상위권이었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에 오른 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도전에 나선 배상문(26·캘러웨이골프)이 데뷔전에서 훨훨 날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컨트리클럽(파70·7068야드)에서 열린 2012 시즌 두번째 대회인 소니오픈(총상금 550만달러) 3라운드.
배상문은 보기 1개 없이 버디만 4개 잡아내는 등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중간합계 8언더파 202타 공동 8위로 선전했다. 전날 공동 30위(4언더파 136타)로 무난히 컷(1언더파)을 통과한 뒤 무려 25계단이나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지옥의 관문’이라는 퀄리파잉(Q) 스쿨을 우수한 성적(공동 11위)으로 합격해 올해 ‘루키’로 나선 그였기에 이번 선전은 경이롭다. 전혀 쫄지 않고 사흘 내내 60대 타수(68+68+66)를 기록했다. 1~3라운드 54홀 동안 보기는 3개 밖에 범하지 않았고, 버디는 11개를 뽑아냈다. 더블보기 이상은 하나도 없었다.
배상문은 2009년 초청선수로 소니오픈에 출전해 컷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정규 멤버로 치른 이번 데뷔전에서는 4라운드 역전우승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12언더파 공동선두로 나선 매트 에브리(미국)와 제프 매거트(미국)와는 불과 4타 차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8언더파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배상문을 포함해 18명이나 돼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경기 뒤 배상문은 “우승까지 하면 좋겠지만 욕심을 내면 마음이 쫓길 것 같다”며 “톱5, 톱3 안에 들자는 생각으로 매샷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스는 여전히 까다롭지만 첫날보다는 어제, 어제보다 오늘이 편했다”며 “마지막날에 더 편하게 자신감을 갖고 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최경주(42·SK텔레콤)는 5언더파 205타 공동 34위,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은 1언더파 209타 공동 64위로 마쳤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