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22)
호주마스터스, 드라이버 실수
마지막홀서 파 그쳐 공동 2위
마지막홀서 파 그쳐 공동 2위
참으로 얄궂은 게 골프의 승부다. 기세등등 앞서 나가다가도 마지막 18번홀에서 실수를 하게 되면 우승트로피가 허망하게 날아가 버리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마지막홀 골프장갑을 벗기 전까지 승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속설까지 생겼을까.
5일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의 로열파인스리조트(파72·5954m)에서 열린 여자유러피언투어(LET) 2012 시즌 개막전인 ‘RACV 호주여자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경기 전 지난해 유에스(US)여자오픈 챔피언 유소연(22·한화)의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3라운드 중간합계 20언더파로, 2위 크리스털 불룐(25·네덜란드)한테 3타나 앞서 있었다. 2라운드에선 버디 12개(보기 1개)의 신들린 샷까지 선보였다.
유소연은 경기 전 유창한 영어로 “즐기는 게임을 하겠다. 내 경기에만 충실하겠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실제로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선두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한번도 선두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불룐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승부는 파5의 18번홀(430m)에서 갈렸다. 유소연과 불룐은 17번홀까지 20언더파 공동선두였다. 그러나 유소연의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로 들어갔고, 3번 우드로 그린을 노린 공은 왼쪽으로 감겨 그린 앞 벙커에 빠졌다. 벙커샷도 핀을 지나쳐 버리면서 2퍼트로 파에 그치고 말았다.
반면, 불룐은 침착하게 두번째 샷으로 그린 위에 공을 올려놓았고 2퍼트로 버디를 잡아냈다. 결국 21언더파 267타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유소연은 불과 1타 모자라 김하늘(24·비씨카드)과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