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요즘 선수들 죽을 맛입니다. 투어 뛰는 선수 중 상위 20명 정도만 먹고사는 것 같아요. 이래서 되겠습니까?” 중견 남자프로골퍼 ㅈ씨의 한탄이다. “선배들이 파벌싸움만 하고…. 진정으로 한국프로골프투어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해 11월 두번째 임기가 만료된 박삼구 회장 사퇴 이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경선을 통해 당선된 프로골퍼 출신 이명하 회장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사리사욕만 챙기면서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돌아왔건만, 올해 투어 일정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23일 회원 총회에서 역시 프로골퍼 출신인 최상호씨와의 경선 끝에 제14대 회장으로 뽑혔다. 그는 당선 뒤 “공약한 대로 외부인사를 새 회장으로 모셔오겠다”며 풍산그룹 류진 회장 영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류진 회장이 거듭 고사하면서 새 회장 영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이 회장은 그동안 협회를 이끌어온 ㅂ씨와 ㅅ씨 등 2명의 국장을 덜컥 해고한 뒤, 전무이사 자리에는 엉뚱한 인사를 앉혔다가 다시 해임해 뒷말이 무성하다. 자연 사무국장만 남은 사무국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이 회장은 최근 자신이 지도하는 주니어골퍼들을 이끌고 베트남 전지훈련을 3개월 남짓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리고 도중에 잠시 귀국해 김덕주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대표를 해임시키고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비경기인 출신 새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하겠다던 이 회장의 이런 행태에 대해 선수들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상수 전 인천시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회장 추대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3월 말 티웨이항공오픈을 시작으로 10월 말 엔에이치(NH)농협오픈까지 모두 18개 투어 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명하 회장 등이 투어 대회 스폰서 유치에 소홀하면서 올해 대회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월 셋째 주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개막전으로 잡혀 있는데, 이 대회는 유러피언 투어를 겸해 열리게 돼 한국프로골프투어 상위 랭커 40명만 나갈 수 있다. 그 뒤에 열리는 매경오픈과 에스케이(SK)텔레콤오픈 역시 원아시아 투어 등과 겸한 대회여서 역시 60명의 국내파만 출전할 수 있다. 하위 랭커들까지 모두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5월에나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간판스타들이 너도나도 한국을 탈출해 일본 투어로 진출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프로골프협회를 장악한 이명하 회장 등 경기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프로골프투어는 자칫 고사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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