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924일 만에 PGA 투어 정규대회 우승
“피지에이(PGA) 투어 선수들이여, 조심해라! 타이거가 돌아왔다.”
타이거 우즈(37·미국)가 25일(현지시각) 30개월 만에(정확히 924일) 미국프로골프 투어 우승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리자, 미국 <엔비시>(NBC)의 조니 밀러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황제의 화려한 귀환’을 반긴 것이다.
우즈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클럽&로지(파72·7381야드)에서 열린 시즌 15번째 대회인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00만달러)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타를 줄이며,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친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을 5타 차 2위로 따돌렸다. 우승상금 108만달러.
우즈가 피지에이 투어 정규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지난 2009년 9월13일 베엠베(BMW) 챔피언십 이후 2년6개월, 108경기 만이다. 그해 11월 호주 마스터스 우승을 기준으로 하면 2년4개월 만이다. 우즈는 이곳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만 무려 7승을 쓸어담았다. 피지에이 투어 통산 우승도 1996년 프로데뷔 이후 72회(메이저대회 14승)로 늘렸다. 2010년 12월 이벤트 대회인 ‘셰브런 월드 챌린지’에서 맥도웰과 맞대결을 펼쳐 연장전에서 패했던 것도 1년3개월 만에 통쾌하게 설욕했다.
우즈는 2009년 말 터진 섹스스캔들과 왼쪽 무릎 부상 등으로 부진에 빠졌으나 올해 재기의 조짐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 4일 혼다클래식에서는 골프황제의 위용을 뽐내며 2위를 차지했다. 이후 11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는 아킬레스건 통증을 이유로 기권해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당당하게 우승함으로써 완전한 재기를 알렸다. 다음달 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세계랭킹도 18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한편, 우즈가 우승하던 이날 ‘살아 있는 골프전설’ 아널드 파머(82)가 고혈압으로 병원에 후송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파머는 이날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4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혈압 체크를 받다가 대회 종료 15분을 앞두고 병원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파머는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즈가 우승하는 순간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우승트로피도 주지 못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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