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섭이 21일 코오롱 제55회 한국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투어 제공
김대섭, 김대현 꺾고 한국오픈 우승
골프 경기에서 멀리 친다고 반드시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은 아니다. 비거리가 경쟁자보다 다소 짧아도 칩샷과 퍼트 등 쇼트게임 능력이 더 뛰어나면 이길 수 있다. 어렵기로 악명 높은 코스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오픈에서 새삼스럽게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 ‘쇼트게임의 귀재’ 김대섭(31)이 한국 대표 ‘장타자’ 김대현(24·하이트진로)과 챔피언조에서 격돌한 끝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21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7225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제55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마지막날 4라운드. 김대섭은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72+68+70+69)로 우승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전날까지 3언더파 공동선두였던 김대현은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이날 1타도 줄이지 못하며 3언더파 281타(71+73+66+71) 2위로 밀렸다.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과 양용은(40·KB금융그룹)이 2언더파 공동 3위.
김대섭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1998년과 2001년 한국오픈을 제패한 적이 있지만 프로 데뷔 뒤 이 대회 우승은 처음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오픈에서 3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가 됐다. 올해 군 복무를 마친 뒤 하반기부터 대회에 출전해 시즌 두번째 우승 고지에 오르며 상금 랭킹 2위(3억9400만원)로 올라섰다.
전날 경기 뒤 김대현은 “우정힐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길다”며 “아예 장타로 멀리 보낸 뒤 로프트가 큰 클럽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m82, 72㎏인 그는 32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를 뽐내는 장타자다. 그러자 김대섭은 “대현이가 멀리 친다면 더 멀리 치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주눅들 나이도 아니다”고 했고, 결국 그와의 대결에서 이겼다.
김대섭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같은 큰 꿈은 없다”며 “최근 대회 수가 줄어드는 등 국내 골프계가 어렵지만 국내 골프에서 최고의 선수가 된 뒤 일본 진출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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