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스포츠
개인당 최대 14개의 채(클럽)를 사용해 승부를 가르는 골프는, 선수들이 용품에 가장 민감해하는 스포츠라 할 수 있다. 공도 직경 42.66㎜ 이상으로 아주 작은데, 채로 정확하게 임팩트를 하지 않으면 ‘아웃오브바운즈’(경계구역 밖)가 돼 일거에 무너진다. 특정 대회에 우승했다가도 종종 그다음 대회에서는 바닥권을 치기도 하는 것은, 골프 종목 특성 바로 그 자체이다. 그래서인지 프로골퍼들은 자신의 ‘무기’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섣부른 클럽 변경이 자칫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애용하던 타이틀리스트 골프클럽과 결별하고, 올해부터 나이키골프 채를 사용하고 있는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 그가 시즌 초반 2개 대회에서 연이어 극도의 부진에 빠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말 나이키골프가 10년간 2억달러(2168억원)의 조건으로 자사 클럽을 사용하도록 제의하자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새 무기를 장착한 매킬로이는 지난 1월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 SBC 챔피언십에서 컷조차 통과하지 못하더니, 지난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회전에서도 어이없이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자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에서 각각 3번이나 우승한 닉 팔도(56·잉글랜드)는 23일 미국 <골프채널>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매킬로이가 클럽을 교체한다고 들었을 때부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성적 부진을 클럽 교체 탓으로 돌렸다. 그는 “사람들은 ‘매킬로이가 실력이 좋은 선수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랭킹 1위가 된 상황에서 클럽을 교체한 것은 다소 시기적으로 위험했다”고 했다.
메이저대회 2회 우승에 빛나는 조니 밀러(66·미국)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 클럽에 적응하는 일은 물고기가 물 밖에 나와서 사는 것에 적응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매킬로이의 클럽 교체 소식을 듣고 도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물론 타이거 우즈가 오랫동안 사용해 숱한 우승을 일궈낸 나이키골프 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매킬로이한테는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초반 탈락 뒤 매킬로이가 “아이언샷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점을 시사한다.
매킬로이의 클럽 교체가 그에게 재앙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별게 아닌 것이 될지는 몇개 대회를 더 치른 뒤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세계적 브랜드별 용품은 별로 질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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