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후원’ 쏠림 현상
기업들, 단기 성적·외모 집착
“선수들도 이미지 관리 필요”
기업들, 단기 성적·외모 집착
“선수들도 이미지 관리 필요”
“저 선수, 수단과 방법 모두 동원해서라도 꼭 잡아와!”
지난해 국내 굴지 그룹의 스포츠마케팅 관련 팀에 이런 명령이 떨어졌다. 이 그룹이 후원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의 ‘프로암’(대회 시작 하루 전날, 아마추어 VIP와 출전선수들이 조를 짜 함께 라운딩을 하는 사전행사)에 나갔던 고위 임원이 한 선수의 플레이와 외모에 반해 그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선수는 지난 시즌 다승을 올리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이른바 ‘삼촌팬’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결국 이 선수는 이 그룹과 지난해 12월 연간 4억원대의 파격적인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그는 이 그룹의 로고를 모자 앞에 달고 올해 한국 투어를 누빌 예정이다.
스릭슨(SRIXON).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25)의 모자 앞에 새겨진 브랜드다. 일본의 대표적 골프용품 업체인 던롭의 브랜드다. 던롭은 젝시오(XXIO)와 스릭슨 두 브랜드로 한국과 미국 등 세계 골프용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한국의 간판스타 박인비는 2년 전부터 공과 골프클럽을 후원받아 투어에서 뛰고 있다.
보통 프로골퍼들은 연간 수억원대의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고 모자에 기업 로고를 붙이고 투어를 뛴다. 최나연과 최경주가 에스케이(SK)텔레콤, 신지애가 미래에셋, 유소연·김인경·박희영이 하나금융, 박세리가 케이디비(KDB)산업은행 로고를 모자에 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 상금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차지한 뒤 올해 2승을 올린 박인비한테는 메인스폰서가 없다. 그래서 모자 앞에는 아무것도 달지 않아야 하는 법. 하지만 박인비는 용품을 지원하는 던롭을 배려해 그냥 이것을 달고 있다. 김세훈 던롭코리아 팀장은 “박인비가 ‘메인스폰서가 없지만 모자에 굳이 로고를 달지 않고 나갈 이유가 없다’며 ‘스릭슨 로고를 달고 나가겠다’고 했다.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한때 성적부진으로 메인스폰서가 떨어져 나가자, 각각 태극기와 코트라(KOTRA)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투어에서 뛰기도 했다.
박인비를 비롯해, 최근 2년 연속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던 안선주가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골프마케팅이 외모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신지애도 미래에셋이 나서기 전에는 메인스폰서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한국 기업들의 외면 속에 일본 골프용품 브랜드는 용품 후원계약을 맺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를 후원하는 기업의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기업들은 반드시 예쁘기보다는 좋은 이미지로 호감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을 선호한다. 선수 스스로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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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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