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라이프 클래식 정상
‘72홀 258타’ 역대 최저타 타이
드라이버샷 268야드 뽐내며
데뷔 첫승 20개월만에 2승째
한국 선수들 올시즌 9승 합작
‘72홀 258타’ 역대 최저타 타이
드라이버샷 268야드 뽐내며
데뷔 첫승 20개월만에 2승째
한국 선수들 올시즌 9승 합작
무려 4년간의 도전 끝에 ‘95전96기’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 20개월 전.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도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늘 긍정의 마인드로 대회에 임했다. “(연장 승부를 위해) 18번홀로 돌아가야 했을 때 결코 실망하지 않았어요. 퍼트를 놓쳐도 단순해지려고 했어요. 스코어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샷에만 집중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6년차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이 27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 드라이버샷과 신들린 듯한 퍼팅으로 통산 2승 고지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네 대회 연속 우승에 관심을 보이던 외신들은 “또다른 박이 우승했다”며 놀라워했다.
■ 230야드 남기고 5번 우드로 ‘온그린’ 15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사일로골프코스(파71·6330야드)에서 열린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엘피지에이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4라운드. 박희영은 최종합계 26언더파 258타(65+67+61+65)를 기록해 앤절라 스탠퍼드(36·미국)와 공동선두로 마친 뒤 연장 3번째 승부에서 버디를 잡아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2억2000만원). 2011년 11월 시엠이(CME) 타이틀 홀더스에서 투어 데뷔 첫 우승을 올린 뒤 다시 1년8개월 만에 쌓은 승수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 16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했다. 박희영과 스탠퍼드는 역대 엘피지에이 투어 72홀 최소타 타이 기록도 세웠다.
18번홀(파5·471야드)에서 치러진 연장 세번째 승부. 박희영은 3번 우드 티샷으로 공을 240야드가량 날리는 괴력으로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뒤, 230야드 정도를 남기고 5번 우드로 공을 그린 위에 올려 이글 기회를 맞았다. 핀까지는 다소 먼 거리였다. 반면 스탠퍼드의 티샷은 러프에 잠겼고, 두번째 샷도 벙커에 빠졌다. 100야드 남짓 거리의 벙커샷도 그린 옆으로 벗어났다. 2퍼트만 해도 우승이 가능한 박희영은 첫 퍼트를 핀 바로 옆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승패를 갈랐다. 박희영은 4라운드 평균 드라이버샷 267.50야드(4라운드는 272.5야드)의 장타를 뽐냈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89.28%나 됐다. 아이언샷의 그린적중률은 90.27%. 라운드당 퍼트 수는 27.5개. 모든 샷이 안정된 게 이번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 샤프트 교체로 아이언샷 향상 박희영은 지난해 말 겨울훈련 중 아이언 샤프트를 ‘스틸’에서 ‘그라파이트’로 바꿨다. “아마추어도 아닌데 프로가 무슨 그라파이트를 쓰지?”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법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채가 좀 가벼워지면서 아이언샷이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박희영을 후원하는 하나금융 박폴 스포츠마케팅팀장의 설명이다.
박희영은 한영외고 시절인 2003년부터 2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냈다.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컵에 출전해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2005년 프로로 전향해 그해 ‘파브 인비테이셔널’ 우승 등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국내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뒤 2007년 퀄리파잉(Q) 스쿨(3위)을 통해 이듬해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데뷔했다. 최나연(26·SK텔레콤), 신지애(25·미래에셋) 등 비슷한 또래의 간판스타들이 미국 무대에서 빛을 보는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국내 무대에서 활약할 때는 호쾌한 드라이버샷으로 ‘로켓’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선수들 설문조사에서 가장 스윙폼이 좋은 선수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박인비는 16언더파 268타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미나(31)는 23언더파 4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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