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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EPL리포트] 윙백 공격력 극대화, 유로 2020을 지배하다

등록 2021-07-13 11:45수정 2021-07-14 02:37

유로 2020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이 13일(한국시각) 로마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유로 2020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이 13일(한국시각) 로마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잉글랜드와 앙숙 관계인 스코틀랜드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첫 유럽챔피언십을 염원하며 만들어진 응원곡 ‘풋볼 커밍 홈(football’s coming home)’을 패러디해 ‘풋볼 커밍 롬(football’s coming Rome)’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바람대로 축구는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왔다. 이탈리아는 12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승부차기 승리로 잉글랜드를 꺾고 53년 만에 유럽 챔피언이 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악몽을 딛고 환골탈태한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의 뚜렷한 전술적 경향 중 하나인 ‘비대칭 포백’ 내지 ‘윙백 축구’로 역사를 썼다. 벨기에와 8강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하기까지 오른발잡이 왼쪽 풀백으로 측면 공격을 전담한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의 활약이 주효했고, 그 자리를 대체한 이메르송 팔미에리가 결승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스피나촐라의 공격 가담에 대응해 오른쪽 풀백 자리에 배치된 조반니 디로렌초는 사실상 스리백의 오른쪽 센터백에 가깝게 움직이며 수비를 커버했다.

이제 한 팀의 포메이션을 논할 때 스리백과 포백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전에도 경기 중에 자유자재로 수비 대형을 바꿔 공수의 숫자를 바꾸는 팀들이 있었지만, 유로 2020 대회를 통해 축구 전술의 스탠더드가 된 것이다.

준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와 결승전에 라이트백 카일 워커를 오른쪽 센터백으로 내린 스리백으로 전형을 바꿨으나 오른쪽 윙백 자리에 배치한 키어런 트리피어가 포백을 기반으로 경기할 때 오른쪽 날개를 맡은 부카요 사카처럼 높이 올라가서 공격했다. 전반 2분 만에 나온 잉글랜드의 결승전 선제골은 트리피어의 오른쪽 크로스를 문전 왼쪽으로 침투한 왼쪽 윙백 루크 쇼가 마무리하며 나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비적으로 내려갔던 워커가 오른쪽 사이드 라인을 타고 올라가 트리피어를 막아야 했던 이메르송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공간을 창출한 것이다. 수비적인 전술을 준비했지만 득점할 때는 적절하게 공격 숫자를 늘린 잉글랜드는 센터백과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워커의 존재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윙백의 공격력 극대화는 이번 대회 결과를 지배했다. 대회 첫 경기에 주전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심정지로 쓰러져 참여할 수 없었던 덴마크는 소속팀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뛰던 요아킴 멜레를 왼쪽 윙어에 가깝게 전진하는 왼쪽 윙백으로 배치하고 스리백 수비를 구성한 뒤 오른쪽 윙백 다니엘 바스, 옌스 스트걸 라슨에게는 중앙 미드필더 내지 오른쪽 수비를 커버하는 임무를 맡긴 비대칭 스리백 형태의 경기를 했다. 이는 또 다른 4강 진출 팀 스페인이 레프트백 조르디 알바를 상대적으로 자주 공격에 가담시키며 라이트백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에 수비 커버 임무를 맡긴 것과 비슷하다.

스위스의 8강 돌풍 과정에도 기존 주전 왼쪽 윙백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를 왼쪽 센터백으로 내리고 반대발 윙어 스티븐 추버를 왼쪽 윙백으로 배치한 뒤 공격적인 오른쪽 윙백 케빈 음바부 대신 수비적인 풀백 실반 비드머를 오른쪽 주전으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센터백과 풀백, 윙백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속도, 킥력, 수비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최신 전술을 주도하고 있다. 강력한 윙백을 보유하지 못한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지난 유로 2016 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팀이었으나 16강전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도쿄올림픽을 준비 중인 김학범 감독,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모두 풀백 포지션을 고민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유로2020은 승리를 위해 강한 풀백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준 축구 컬럼니스트 founder@football-a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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