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루 축구팬이 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페루와 베네수엘라의 경기에서 응원하고 있다. 리마/AP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개최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국제축구연맹은 대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격년 개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은 월드컵의 희소성 감소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 월드컵 개최 주기를 2년으로 줄이는 방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당 연구팀을 이끄는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이 2년 개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월드컵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 이후 늘 4년 주기로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1942년과 1946년에 열리지 못한 것이 유일한 예외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은 이런 4년 주기가 지나치게 길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24시간 뉴스가 주도하는 현대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월드컵 격년 개최는 더 많은 나라에 대회 참여 기회를 줄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그간 월드컵 본선 진출팀을 늘리는 등 참가 기회를 확대해왔다. 당장 2026년 북중미 대회부터 본선 진출팀이 48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대회를 격년마다 열어 참가 기회를 2배로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월드컵 개최 희망국이 늘어난 점도 2년 개최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현재 월드컵 개최 희망국은 2년 개최론을 제안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국, 영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모로코 등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처럼 4년마다 대회를 연다면, 이들 나라는 개최를 위해 수십년을 기다려야 한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 회장. AP 연합뉴스
반면 유럽축구연맹은 2년 개최론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 회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연맹 총회 연설에서 월드컵 2년 개최에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7일(한국시각) 보도했다. “2년마다 대회를 열면, 월드컵의 권위는 약해지고 가치는 희석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유럽축구연맹의 반대를 세계축구 권력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이에스피엔>(ESPN)은 6일 “최근 아시아 스폰서와 구단주에 대한 주요 유럽 구단의 재정 의존도가 높아지며 (축구계의) 힘의 균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바뀌고 있다. 유럽축구연맹은 (2년 개최론을)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지원한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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