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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랑니크, 위기의 맨유에 ‘독일식 구조’ 심을까?

등록 2021-12-02 16:06수정 2021-12-03 02:31

[마쿠스 한의 분데스리가 리포트]
독일 ‘게겐프레싱’ 선도한 축구 철학자
팀 개발, 혁신, 승격에 탁월한 지도자
개인능력 중심의 호날두와 맞을지는 의문
랄프 랑니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랄프 랑니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교수님이 떴다.”

독일의 축구 지도자 랄프 랑니크(63)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으로 영입됐을 때, 독일의 팬들과 축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랑니크가 축구 전술에 관해 교수나 박사, 철학자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행적과 관련이 있다. 랑니크는 1990년대 후반 티브이 인터뷰에 나왔을 때도 칠판을 들고 전술을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 인터뷰 직후에 붙은 별명이 축구 박사다.

독일 출신으로 명성을 떨치는 감독은 현재 위르겐 클롭(리버풀), 토마스 투헬(첼시), 율리안 나겔스만(바이에른 뮌헨), 한지 플리크(독일 대표팀) 등이 꼽히지만, 이들 스타 지도자 이전에 가장 인정받는 사령탑이 랑니크 감독이었다.

랑니크 감독은 독일어로 ‘게겐 프레싱’을 구체화했는데, 독일 축구계에서 압박과 역압박 등의 전술을 포지션별로 세밀하게 적용한 이는 랑니크 감독이 처음이었다. 게겐 프레싱은 영어로는 ‘어게인스트 프레싱’과 같은 말로, 공격하다가 공을 빼앗겼을 때 수비전환을 압박식으로 유지하면서 공을 빨리 되찾아오는 것을 뜻한다. 클롭이나 투헬 감독 등도 같은 전술을 펴는데, 이런 까닭에 그들을 랑니크의 후예로 보기도 한다.

랑니크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많이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이 그의 축구 철학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팀을 한 차원 성장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TSG호펜하임을 3부 리그에서 1부로 끌어올리거나 라이프치히를 부활시킨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구단 모두 재력은 있었지만 승격 등 성과를 내는 노하우는 없었다. 황희찬이 몸 담았던 레드불 잘츠부르크 역시 3부에서 시작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하는 배경에 랑니크의 설계가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랑니크식 축구단 개조의 영향력 탓인지, 클롭 리버풀 감독은 랑니크의 맨유 부임 소식에,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이 조심해야 할 상대가 나타났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클롭이나 투헬 감독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랑니크의 도움으로 맨유가 무섭게 일어날 것으로 본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에 맞는 전술을 택해 조직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맨유 구단이 랑니크에 바라는 것은 팀의 혁신이다. 이번 시즌 말까지 사령탑을 맡게 될 랑니크는 맨유행을 결정한 뒤, “맨유는 재능있는 선수들로 꽉 차 있다. 신구 선수들의 균형도 좋다. 나의 임무는 이들의 잠재력을 개인적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팀 역량’으로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임시 사령탑 임무를 수행하지만, 최소 2년간 맨유 구단의 재건을 위한 스포츠 디렉터(총괄)로 일할 계획이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 구조를 맨유에 이식할 시간은 보장돼 있다.

맨유의 전설적인 선수 출신으로 감독을 맡았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전 감독은 축구 철학 측면에서 랑니크와 비교되는 것 같다. 잉글랜드 쪽의 미디어를 보면 솔샤르 감독의 축구는 색깔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랑니크 감독 앞에 놓인 길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6개월간 임시 감독으로 팀을 지휘하면서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맨유의 선수 구성이 랑니크 감독이 선호하는 압박 축구에 맞는지도 불투명하다.

랑니크 감독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이슈가 될 수 있다. 호날두는 36살의 나이에도 뛰어난 개인 역량 덕분에 여전히 게임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랑니크의 압박 축구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주초 맨유는 마이클 캐릭 감독 대행 체제로 첼시(1-1 무)와 경기를 폈는데, 호날두는 후반에 교체 투입되는 ‘굴욕’을 겪었다. 이 상황을 놓고 랑니크 감독이 벌써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랑니크 감독은 5일 아스널과의 경기에도 벤치에 앉지 못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감독 자리보다 스포츠 디렉터 자리를 맡은 탓에 까다로운 영국 정부의 ‘취업비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만간 그가 맨유를 직접 이끌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시선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랑니크의 과거 인터뷰만 보더라도 그의 확고한 세계관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팀을 개발하고 훈련하려면 어떤 종류의 축구를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유럽의 모든 최고 감독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들은 축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mhan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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