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 한호강과 이후권이 18일 타이 방콕 빠툼타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G조 빠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압박수비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심상치 않다. 한국 K리그 팀들은 동남아시아 팀에게 연전연패하며 조별리그 통과 적신호가 켜졌고, 이 대회 우승을 2회나 차지했던 중국 강호는 0-8 대패를 당했다. 대체 무슨 문제일까.
K리그 소속 울산 현대·대구FC·전남 드래곤즈는 18일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울산은 조호르FC(말레이시아)를 만나 1-2로 무너졌고, 대구FC는 라이언 시티(싱가포르)에 0-3으로 완패했다. 전남 드래곤즈는 빠툼 유나이티드(타이)에 0-2로 패했다. 스코어를 종합하면, 이날 한국 팀은 겨우 1골을 넣고 7골을 내줬다.
그나마 변명거리를 찾을 만한 건 전남이다. 전남은 애초 K리그2(2부리그) 소속으로, 지난 시즌 축구협회(FA)컵 우승 이변을 쓰며 이번 대회 진출권을 얻었다. 반면 빠툼 유나이티드는 동남아에서 가장 강한 리그로 꼽히는 타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다. 전력 면에서 전남이 크게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날 경기는 빠툼 안방에서 열렸다.
울산과 대구의 패배는 더욱 충격적이다. 대구는 에이스 세징야(33)가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상대 라이언시티 역시 한국 국가대표 출신 핵심 공격수 김신욱(34)을 내보내지 않았다. 완벽한 전략과 실력의 패배였다. 알렉산더 가마 대구FC 감독도 패배 뒤 “쉽게 풀 줄 알았는데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고 애초 이겼어야 할 경기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번 결과가 동남아 팀들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동남아에서는 축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떠올라, 국내리그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베트남(박항서) 인도네시아(신태용) 말레이시아(김판곤) 등 각국 국가대표팀이 경쟁적으로 한국 감독들을 선임하는 것도 이런 열기를 보여준다. 대구를 꺾은 라이언시티 사령탑도 울산 현대 출신 김도훈 감독이 맡고 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고바야시 유(왼쪽)가 18일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I조 광저우FC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편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FC와 산둥 타이산은 이날 모두 일본 J리그 팀들을 만나 5점 차 이상 대패를 당했다. 이 대회에서 이미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광저우는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만나 0-8로 완패했고, 산둥은 우라와 레즈에 0-5로 무너졌다. 두 팀 모두 2연패로, 광저우는 1·2차전 합계 0득점 13실점을 기록했고, 산둥은 0득점 12실점을 기록했다.
중국 슈퍼리그 팀들의 부진은, 중국 축구 자체의 구조적 위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봉쇄가 이어지며 다른 2개 팀(창춘 야타이·상하이 하이강)은 아예 대회 자체를 포기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더욱이 헝다 그룹 위기로 슈퍼리그 자체가 재정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광저우와 산둥은 모두 사실상 2군에 가까운 젊은 선수들로 출전팀을 꾸렸다. 실제 이번 시즌 광저우가 주최 쪽에 제출한 30인 명단을 보면, 평균 나이가 20.3살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광저우는 이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슈퍼리그 팀 역사상 최다 실점 패배 기록을 쓰는 굴욕을 경험했다. 창피하다. 중국 축구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북경청년보>는 “대회 2회 우승팀 광저우가 이런 치욕을 당하게 돼 유감이다. 가능한 한 빨리 이 악몽이 끝나길 바란다. 이런 경기는 어린 선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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