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등극. 비현실적인 꿈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29)이 눈앞에 두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4월10일 애스턴 빌라와 2021~22 프리미어리그 방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올 시즌 17호 득점에 성공했다.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가 20골로 득점왕 경쟁에서 크게 앞서고 있었는데, 손흥민이 3골 차로 가시권까지 왔다.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출신으로 최근 영국의 주요 방송에 출연해 분석가로 활동 중인 대런 벤트는 “지금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왼쪽 공격수다. 맨체스터시티나 리버풀에서 뛰고 있어도 주전 자리는 손흥민일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와 손흥민 중에 누가 더 나은 지 고민이 됐지만 지금은 경기력이라면 마네가 손흥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최근 득점 페이스를 높인 배경에는 1월 이적 시장에서 새로 합류한 스웨덴 대표 윙어 데얀 쿨루셉스키의 활약이 있다. 입단 후 두 달여 만에 3득점 6도움을 기록하며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듀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토트넘 공격 루트가 다양해졌다. 윙어이면서도 186㎝로 키가 크고 체구가 좋은 쿨루셉스키는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기술이 좋고 상대 수비를 등진 채 완력으로 공을 지키거나 돌파할 수 있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지난해 11월 부임 당시 손흥민을 ‘10번 역할’로 부르며 2선 중앙에서 연계하고, 침투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세 명의 공격수 중 가장 높은 위치에서 득점을 노리게 하고 있다. 케인이 아예 10번 자리로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한다.
왼발만 잘 쓰는 것으로 알려진 쿨루셉스키는 토트넘 입단 이후 콘테 감독의 집중적인 오른발 훈련을 통해 자신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을 현혹하며 직접 왼발 슈팅으로 득점하거나 오른발로 손흥민에게 도움을 주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1위, 챔피언스리그 4강,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해 4관왕에 도전 중인 리버풀은 전력상 토트넘보다 강하다. 경기마다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많이 슈팅해 잔여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
리버풀의 살라흐는 20일 새벽(한국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두 골을 보태 22호골로 손흥민과 차이를 5골로 벌렸다. 기대 득점 기록을 보면 살라흐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21.72골을 넣을 기회에서 22골을 넣었다. 기회만큼 득점한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11.75골을 넣을 기회에서 17골을 넣었다. 더구나 살라흐는 22골 중 5골이 페널티킥 득점이었다. 17골을 모두 필드 골로 넣은 손흥민의 득점력이 더 빛나는 시즌이다. 골을 넣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골을 넣어왔기 때문이다.
영국 스포츠 웹진 ‘디애슬레틱’은 왼발잡이 살라흐가 16골을 왼발로만 넣은 점을 꼽으며 득점 루트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손흥민은 17골 중 오른발 8골, 왼발 9골로 고르게 득점하고 있다. 남은 경기동안 손흥민이 더 많은 골을 넣어 득점왕 자리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대했다.
살라흐는 이미 자타공인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다. 두 차례나 득점왕을 수상했다. 그래서 손흥민이 사상 첫 아시아인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되는지 여부를 유럽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17골에 6도움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4도움만 추가하면 세 시즌 연속 10-10 클럽도 달성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이미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로 손꼽히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에덴 아자르의 통산 득점 기록(85골)도 87골로 넘어섰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 추첨식 사회자로 나선 전 토트넘 미드필더 저메인 지나스는 “이미 손흥민은 토트넘의 역사”라고 했다. 득점왕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축구 컬럼니스트
founder@football-a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