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마크 코스타가 24일 말레이시아 조호르바투 탄 스리 다토 하지 하산 유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I조 4차전 광저우FC와 경기에서 헤딩을 시도하고 있다. 울산은 이날 광저우에 5-0 완승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선수들에게 꿈의 대회다. 가장 뛰어난 선수들과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기회다. 이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중소형 클럽 에이스가 대형 클럽으로 이적하는 강력한 유인이 되기도 한다.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이 아스널과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마지노선인 리그 4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시아에선 챔피언스리그가 마치 애물단지 같다. 중국 클럽들 때문이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중국 광저우FC와 산둥 타이산은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다. 특히 이 대회를 두 번 제패(2013·2015년)했던 광저우는 5경기에서 무려 0득점 23실점을 하며 전패를 기록했다. 산둥도 2득점 19실점으로 1무4패에 그쳤다.
중국팀들이 이처럼 부진한 건 이들이 대회에 사실상 2군 선수들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어린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라지만, 실은 일정이 겹치는 리그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실제 중국팀들은 2020년부터 어린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모기업들의 재정위기와 코로나 봉쇄까지 겹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대회 전체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다른 참가팀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조별리그에서 중국팀을 만나 8-0, 7-0 대승을 거둘 땐 잠시 좋을지 몰라도 나중엔 골 세리머니가 민망할 지경까지 이른다. 공은 둥글다는데, 모두가 한쪽의 일방적 승리를 확신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진다. 모든 팀이 중국만 만나면 시쳇말로 ‘꽁승’(공짜 승리)을 챙기는 대회를, 어떻게 ‘챔피언들의 리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축구 평론가 마더싱은 <시나스포츠>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관전 포인트는 어떤 (중국)팀이 더 많은 망신을 당하는지다. 이건 대회와 다른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린 선수 육성을 위해서라면, 국제대회가 아니라 리그 출전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져주기 승부조작’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팀 경기 때, 약팀이 고의로 패배를 당하는 상황과 유사한 베팅 패턴이 발견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중립국에서 열리는 만큼, 향후 중국 선수들이 돌아갔을 때 관련 수사를 진행하기도 어려워 승부조작 위험성이 더욱 높다는 지적이다.
축구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축구가 세계무대로 날아오른다는 의미로 2015년 ‘축구 굴기’를 주창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팀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주는 건 스포츠 팬들이 승부조작 수준의 어처구니 없는 경기를 볼 때 조작을 주작에 빗대어 쓰는 “날아오르라, 주작이여”라는 밈(meme) 뿐이다. 다음 시즌에는 중국팀들이 축구 굴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축구 굴욕은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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