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주장 에디손 카바니가 지난 11일(현지시각)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센테나리오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나마와 평가전에서 뛰는 모습. 몬테비데오/AP 연합뉴스
벤투호가 4연전을 치르는 동안 경쟁자들도 숨 가쁜 6월을 보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H조 각 팀의 ‘포커페이스’를 살펴봤다. 우루과이는 얼굴이 활짝 폈고, 가나는 심란하며, 포르투갈은 다소 뒷맛이 찜찜하다. 다만 월드컵 본선까지 다섯달 남짓 남은 만큼 속단은 이르다.
디에고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피파랭킹 13위)는 파죽지세다. 6월 세 번의 평가전에서 2승1무를 기록했다. 멕시코(9위)를 3-0으로 꺾었고, 미국(15위)과 득점 없이 비긴 뒤 지난 12일 약체 파나마(61위)를 상대로는 5-0 대승을 거뒀다. 알론소 감독이 부임한 올 1월 이후 6승1무, 임인년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다. 골득실도 완벽하다. 7경기 동안 16골을 넣고 1골을 내줬다. 경기 내용과 기세로 보면 H조 1번 시드 포르투갈보다 낫다.
선수층의 신구·공수 조화가 모두 빼어나다. 공격진에는 6월에만 4골을 넣은 백전노장 에디손 카바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최근 이적료 약 1000억원에 리버풀로 이적하며 주가를 바짝 끌어올린 ‘신성’ 다르윈 누녜즈가 있고, 에이스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루카스 토레이라(피오렌티나), 마티아스 베시노(인테르) 등이 구축한 중원도 탄탄하다. 한준희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선수 기용의 다양성, 포메이션의 유연성이 커지면서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경기를 한다”고 평했다.
가나의 공격수 조르당 아유(아래)가 지난 10일 일본 고베 노베이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린컵 일본과 경기에서 볼 경합을 하고 있다. 고베/AFP 연합뉴스
한국을 필승 제물로 여기고 있을 가나(60위)는 악전고투를 벌였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에서 피파랭킹 102위 마다가스카르에 3-0 승리를 따낸 것까진 좋았지만 팀의 주전 수비수 조나단 멘사(콜럼버스 크루)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어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131위)과 경기에서는 1-1로 비기며 체면을 구겼다. 올해 초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무승 탈락 후 영 좋지 않은 기운이 이어지고 있다.
장거리 비행 후 일본(23위)과 경기에서 1-4 완패까지 떠안은 가나지만 지금의 평가는 무의미하다. 일본전 멤버는 사실상 2.5군 수준이었고 물밑에서 가나 이중국적 선수들의 귀화 작업이 한창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들에게 익숙한
스트라이커 에디 은케티아(아스널), 날개 공격수 칼럼-허드슨 오도이(첼시), 측면 수비수 타리크 램프티(브라이턴) 등이 합류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중원의 핵 토머스 파티(아스널)까지 부상에서 돌아오면 전혀 다른 팀이 될 전망이다.
포르투갈의 공격수 하파엘 레앙이 지난 12일 스위스 제노바의 스타드 드 주네브에서 열린 네이션스리그 조별예선 스위스와 경기를 뛰고 있다. 제노바/AFP 연합뉴스
강호 포르투갈(8위)은 유럽팀들끼리 붙는 국가대항전 네이션스리그 조별예선을 벌이고 있다. 4전 2승1무1패로 리그A 2조 2위. 이베리아의 숙적 스페인(7위)과 막판 동점골로 비겼고, 안방에서 스위스(14위)를 4-0, 체코(33위)를 2-0으로 제압했지만, 6월 마지막 경기인 스위스 방문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일격을 당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베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셀루(이상 맨체스터 시티) 등 스타군단의 위용을 생각하면 기복이 있는 경기력이다.
어느덧 8년째 사령탑을 잡고 있는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에게는 서말의 구슬을 잘 꿰어내는 일이 급선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팀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여전히 물음표가 있다. 그런데도 이전보다 경기 템포가 좋아지면서 월드컵 지역 예선 때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를 통해 간신히 카타르행 막차를 탔던 포르투갈도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중이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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