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6월을 불살랐던 K리그 올스타들이 월드컵 모의고사를 마치고 리그에 복귀했다. 카타르행 대표팀 최종 명단 승선과 리그 소속팀의 성적 등 남은 4개월여 기간 동안 이들의 발끝에는 많은 가능성이 걸려 있다. 오는 주말 ‘현대가 더비’, ‘슈퍼 매치’ 등 큰 경기들과 함께 재개되는 K리그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천 상무와 벤투호의 스트라이커 조규성(24)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화상 인터뷰로 열린 K리그 5개 구단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카타르월드컵 최종명단 합류와 K리그 득점왕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받고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면 좋겠지만, 저는 월드컵이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다. 조규성은 지난달 벤투호 합류 직전 경기에서 50여일 만의 필드골을 넣으며 리그 10골로 득점 순위 2위에 올라 있다.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조규성은 교체 출전했던 지난 14일 이집트전에서 9번다운 움직임과 슈팅으로 쐐기골을 뽑아냈다. 상무팀에 들어온 뒤 기량이 만개한 그는 “대표팀을 다녀오면서 자신감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기량 유지를 위해 월드컵 직전까지 군인 신분을 연장할 의향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굳은 얼굴로 고심하다가 “있다”고 답할 정도로 월드컵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조규성은 “벤투 감독님이 최전방에서 버텨주고 싸워주는 역할을 많이 주문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도 체력단련실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전북 현대모터스의 김진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번 평가전 4연전의 가장 신선한 발견 중 하나로 꼽히는 울산 현대의 엄원상(23)은 “(울산에서) 홍명보 감독은 하프 스페이스 공간 활용을, (대표팀에서) 벤투 감독은 좌우 측면 공간 활용을 전술적으로 강조한다”면서 “감독님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빨리 파악해서 경기장에서 해내는 게 최우선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오는 18일 예정된 전북 현대와 맞대결에 대해서는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면서도 “(울산의 저력을)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엄원상의 말을 전해 들은 전북의 미드필더 김진규(25)는 “전북은 큰 경기에서 강하다. 중요한 순간에 전북이라는 팀은 힘을 낼 것”이라고 되받았다. 지난 3월 첫 현대가 더비에서 울산에 0-1로 패한 뒤 얼마 안 돼 전북으로 이적한 김진규는 “팀에 오면서 첫 번째로 ‘다음 울산전’을 생각했었다. 꼭 승리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울산은 승점 36점으로 리그 1위, 전북은 3위(25점)다.
18일 수원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 FC서울에 복귀한 나상호(26)는 “(이번 A매치에서) 키패스를 하거나 기점 역할이 되는 플레이도 했지만 슛·크로스 같은 마무리가 아쉬웠다. 100점 만점에 60점이었던 것 같다”고 다소 박하게 자신의 6월을 돌아봤다. “부족한 점이 많다”며 웃음 지은 그는 다가오는 슈퍼매치에 대해 “원정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승리의 검붉은 깃발을 팬들과 함께 들어 올리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참석한 선수들은 입을 모아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대구FC의 측면 수비수 홍철(32)은 “휴식기 전에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와줬다.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경기를 준비했는지 운동장에서 증명해 보일 테니 앞으로도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대구는 경기장도 예쁘다”라고 말했다. 대구는 18일 성남으로 방문 경기를 떠난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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