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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K리그 팬 폭행 사건…폭력은 축구가 아니다

등록 2022-06-22 15:39수정 2022-06-23 02:33

FC서울 팬이 수원 삼성 팬에게 폭행을 당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 바닥에 넘어져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FC서울 팬이 수원 삼성 팬에게 폭행을 당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 바닥에 넘어져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축구 경기장은 매력적이다. 잘 빠진 곡선과 푸른 잔디에 함성까지. 90분 동안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는 이 공간은 경기장과 바깥 세계를 단절하고 쉴 새 없이 관중을 매혹한다. 그 마력은 경기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팬들을 사로잡는다.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가슴 속에서는 먼저 경기가 시작된다.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한 중학생 팬은 어땠을까. 자신이 응원하는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리그 최대 맞수전을 찾은 이 팬은 아마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동경하는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볼 생각에 신이 나, 아침 일찍부터 눈을 떴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그 꿈은 산산이 깨졌다. 그저 서울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으로 가던 이 팬은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수원 삼성 일부 서포터즈를 마주쳤다. 이들은 서울 팬을 둘러싸고 응원가를 불렀다. 순간, 한 수원 팬이 서울 팬을 번쩍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떨어뜨렸다. 근처에 있던 다른 팬들은 “서울 유니폼을 벗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피해자 쪽에선 경찰 고소에 나섰고, 수원 삼성 구단은 가해자에게 경기장 2년 출입정지를 내렸다. 가해자가 속한 소모임도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구단에 대한 징계 등을 검토 중이다. 뒤늦게 수습에 나서긴 했지만,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K리그 전체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수원 삼성 구단이 내놓은 사과문. 수원 삼성 인스타그램 갈무리
수원 삼성 구단이 내놓은 사과문. 수원 삼성 인스타그램 갈무리

축구 커뮤니티에선 일부 강성 서포터즈가 폭력적이고 불쾌한 행동을 계속 해왔다는 토로가 쏟아진다.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조차 사회 문제로 보는 ‘훌리건’ 문화를 가져와, 마치 그게 선진 축구인 양 따라 한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영국에 일부 잘못된 문화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런 이유로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더더욱 없다.

팬 문화는 아니지만, 한국이 오히려 영국 축구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손흥민(30·토트넘)이 대표적이다. 조제 모리뉴 전 토트넘 감독은 2년 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신중하고 겸손하고 평범하게 사는 놀랍도록 사회적인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라며 “아마 우리는 손흥민 같은 프로선수를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창 영국에서 ‘손흥민이 월드클래스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던 때였다.

모리뉴 감독은 ‘그렇다면 손흥민이 록스타처럼 행동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손흥민은 경기장에선 록스타”라고 받아쳤다. 각종 스캔들로 황색 언론에 오르내려야 ‘슈퍼스타’인 듯 생각하는 영국 현지 분위기에 날리는 직구였다. 세계적 명장조차 손흥민을 통해 슈퍼스타란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셈이다.

손흥민과 조제 모리뉴 감독. 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과 조제 모리뉴 감독. 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이 그랬듯, 우리가 앞장서 오히려 세계가 배워갈 응원 문화를 만들 순 없는 걸까. K리그엔 그런 힘이 있기에 더욱 안타깝다.

“티브이 채널마다 가득한 저 먼 곳의 90분의 이야기는 전혀 와 닿지 않아. 우리만의 거리 위에 너와 나의 집에서 우리들의 드라마를 계속 이어나가자.”

수원 응원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노래다. 이런 자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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