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리버풀 소속 미드필더 미나미노 타쿠미가 지난 5월22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울버햄프턴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리버풀/EPA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지난 10일 여름 이적시장을 열었고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은 오는 7월1일부터 공식적으로 이적 거래를 허용한다. 아직 본격적인 개장까지는 며칠 남았지만 유럽축구계는 연이어 들려오는 ‘빅 사이닝(대형 계약)’ 소식과 각종 루머로 떠들썩하다. 선수·에이전트·구단 모두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미래를 그리는 이때, 올해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초유의 ‘겨울 월드컵’이다.
올겨울 11월21일부터 12월18일까지 카타르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리고 유럽 리그들은 해당 기간 일시 중단된다. 따라서 다가오는 새 시즌은 개막 3달여 뒤에 끼어 있는 월드컵을 위한 준비 기간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대표팀 승선 혹은 기량 유지를 위해 이적을 도모하고, 구단과 대표팀은 ‘낀 대회’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염려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최근 일본의 축구선수 미나미노 타쿠미(27)가
리버풀에서 프랑스 리그1의 AS모나코로 이적한다고 보도했다. 미나미노는 일본 대표팀에서
A매치 42경기를 뛰면서 17골을 넣은 에이스지만 2020년 입성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4시즌 동안 40경기 6골로 부진했다. 출전시간조차 확보할 수 없던 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기량 유지를 위해서라도 팀을 옮겨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 EPA 연합뉴스
그나마 미나미노는 사정이 낫다. 한때 잉글랜드의 신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마커스 래시포드(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11월 이후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하고 있다. 19살 때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현재 맨유에서도 입지가 많이 밀렸다. 이적이든, 재기든 반등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잉글랜드와 맨유의 세컨드 골키퍼 딘 핸더슨, 손흥민의 팀 동료 스티븐 베르바인 등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많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21일(한국시각) 이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
선수에게 최우선 가치는 언제나 출전시간이다. 월드컵이 있는 올해, 대표팀 감독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신뢰를 얻어내기 위한 그들의 야망은 더 드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각국 대표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5월 “
팀을 옮기면 불확실성이 생긴다. 새로운 언어, 문화, 축구 시스템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라면서 여름 이적은 월드컵을 앞두고 적절한 모험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시즌 최적의 이적 기간은 (월드컵 이후인) 겨울 이적시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 EPA 연합뉴스
시즌 도중 주축 선수들을 한 달 동안 내주고 돌려받아야 하는 구단들도 골치 아프게 됐다. 축구 에이전트 말론 플라이슈만은 <디 애슬레틱>을 통해 “카타르를 다녀온 선수들의 육체적·감정적 피로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표팀에서 겪은 부상이나 패배의 여파가 시즌 후반기 클럽팀에서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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